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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시/에세이] 내 마음이 지옥일 때

by 두목의진심 2017.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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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심하게 지나기 어려운 시대다. 아픔과 좌절과 분노가 매일매일 찍어내는 상품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어찌 무심할까. 그렇다고 정통으로 관통하자니 내 마음이 지옥이 된다. 다들 그렇게 산다. 그럴 것이다.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이런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던, 지금이 지옥인 사람들에게 시(詩)를 방패 삼아 위로를 전한다.

 

심리기획자라는 저자의 이름이 이명수다. 읽는 내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활명수도 아닌데 그동안 목구멍 길에 찐득하게 달라붙은 시름이나 우울한 기분을 읽는 내내 씻어내버려 가슴이 후련하다는 기분. 그저 기분 탓일까.

 

 

"당신의 환한 웃음이, 깊은 포옹이, 맑은 눈물이, 우물 같은 깊은 끄덕임 한 번이 심지어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지옥 같은 상황에 빠져 있는 누군가에겐 로또가 되다는 사실을 알기만 해도 그 지옥은 저만큼 물러선다." p55

 

프롤로그에 있던 '자꾸만 무릎 꿇게 하는 세상'이라는 말이 살아서 계속 되뇌어진다. 참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기분. 내 기분이야 어떻든 저자가 소개하는 시들은 아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어깨에 쏟아지는 소낙비가 아니라 가슴을 적시는 가랑비가 된다. 그래서 시는 언제나 옳다. 이 옳은 시들을 한숨에 읽기 어렵다. 천천히 단짠단짠한 음식처럼 곱씹으며 천천히 머무르게 만든다.

 

"모든 불편함은 틀린 이들이 감당할 문제다. 그리로 반사. '마이 비즈니스'가 아니고 '유어 비즈니스'다." p93

 

9장, <모두 내 마음 같길 바라면 뒤통수 맞는다>를 읽으며 한 사람이 떠올라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부디 그래야 할 텐데. 십 년 가까이 친형처럼 살갑게 마음을 터놓고 따랐는데 그렇게 세차게 뒤통수를 쳤으면 잘 먹고 살 살아야 내가 욕을 해도 덜 미안할게 아닌가. 이런 걸 보면 난 아직 인간이 덜 된 걸지도.

 

"잘 모르면 멈칫해야 한다. 정확하게 모르면 침묵해야 한다." p247

 

사람이 살면서 저지르는 실수 중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일을 가지고 왈가불가하는 것이 많다. 잘난 척을 하고 싶거나 자존심을 굽히기 싫어서 조그만 일을 더 크게 만들거나 쉬운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늘 다짐하지만 잘 안되는 것이 적당한 '침묵'이다. 묵언 수행이라도 해야 할 상황에도  말을, 그것도 생각 없이 뱉어내는 통해 난감할 때가 적지 않다. 주문처럼 외워야 한다. '다언삭궁多言數窮'

 

이 책은, 아니 시어들은 살아서 꿈틀댄다. 시詩들도 '캬'하는 탄성을 자아내지만 거기에 감수성과 재치가 넘치는 저자의 마음이 덧대져 1000미터 암반수에 작은 돌 하나 떨어져 나는 소리처럼 첨벙대게 만든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이미 다 읽은 책을 이미 첨벙거린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마음이 지옥이건 아니건 그냥 현재를 살며 가끔 숨 쉬는 게 팍팍하다면 꼭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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