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랑 논다>라는 어감이 자칫 '찌질하다'라는,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어서 혼자 노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할 수도 있는 데다가 '혼밥', '혼술'에 이어 '혼놀'이라니.. 어쩜 관계에 지친 사람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나 역시 혼자 눈 감고 음악을 듣거나 독서 삼매경에 빠지거나 하는 이 혼놀이 좋다.
예전에 엄마가 나한테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깊은 내공을 담으셔서.
"자알~ 논다."
저 말이 내가 정말 잘 놀아서 "자알~ 논다~"라고 기특해서 뒷말을 기일게 늘어트리며 하신 말은 아닐 거다. 근데 생각해보면 분명 나 나름은 재미있게 잘 놀았던 게 아닐까 싶다. 뭘 하고 놀았길래 저런 말을 들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어쨌든 그런 느낌이 잘 베여있는 책이다. 특히나 퇴사를 강행하고 시간을 지배하게 된 김별 글 작가의 이야기는 공감을 주면서 므흣하게 재미지다.
3명의 글 작가와 1명의 그림 작가가 늘면서 만든 책!
놀면서 만들어서 그런가? 솔직히 말하자면 깊이는 없지만 소파나 안락의자 같은 편하고 가볍게 눕듯 등대고 읽기에 딱 좋은 책이지 싶다. 중간중간 글 작가들이 자알 노는 팁도 알려주는데 특별한 놀이라기 보다 자신들의 일상에서 찾는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깨알 같은 정보가 되는 것도 있다.
설렁설렁 읽는 와중 눈에 빡 하고 들어오는 글이 있다. 칼릴 지브란의 글을 법정 스님이 살을 붙였다는 글이다.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거문고 줄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지, 함께 붙어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책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오지랖 같은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오십 줄이 가까워 오니 요즘 청춘들이 외치는 '인생은 한 번 뿐이다.'라는 욜로( You Only Live Once)가 달갑지 않다. 내가 중요하고 오늘이 중요함을 왜 모르겠냐만은 그 한 번뿐인 인생이 화려하진 않아도 아름다워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다. 인생은 짧지 않고 길다. 혼자 가는 것보단 떼는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함께 가는 게 좋다. 그런 적당한 거리를 두어도 좋을 그런 관계 말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음가는데로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양/심리]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0) | 2017.08.03 |
---|---|
[에세이/심리]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0) | 2017.07.26 |
[소설/추리] 야행(夜行) (0) | 2017.07.19 |
[연예인/에세이] 정희 - 쉰다섯, 비로소 시작하는 진짜 내 인생 (0) | 2017.06.30 |
[언론/사회] 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0) | 2017.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