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히로시마 원전 사고를 다시 한번 기억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한 혼란 예고편이다. 열면 이미 늦어버리는 재앙이 잔뜩 담긴 판도라 상자. 그걸 우린 열려고 한다. 이 영화의 섬뜩함은 맨 마지막 자막에서 보여주는 대한민국은 이 무시무시한 원전을 6기나 짖고 있고 여전히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중단하고 있는 시점에.
국가가 존재하되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묘한 상황을 이 어수선한 시국에 적절히 묘사되지 않았나 싶다.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대통령, 그 보다 더 권력을 휘두르는 총리. 거기에 책임회피 형 장관들. 묻히는 진실. 고립되고 죽어가는 국민들. 이보다 더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사고는 지들이 치고 수습은 국민이 하란다!
영화는 원전 폭발은 단순한 사고지만 키우는 건 정부의 관료들이고 그들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능한 인사들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거기에 참혹하게 고통받는 사람은 국민이라는 점과 이들이 감당하는 재난은 정부 관료들이 은폐하고 감추는 진실로 인해 확대된다는 점 또한 시사한다. 그리고 결국 영웅적 희생을 강요받은 자들 또한 힘없는 국민이라는 점 역시 말이다. 이런 사실은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게 하지만 '가족을 구해야 한다.'라는 구실로 정부가 족쇄를 채운다.
또한 재난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충실히 담고 있다. 재난 시에 사람들의 극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훈련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재난 상황을 여러 차례 주지시킨다. 언제 어떻게 열려버릴지 모르는 판도라의 재난상황에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멀리, 가능한 멀리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기도 한다.
재난 영화로는 충분하다. 재난으로 일어나는 정부와 권력의 무능, 사람들의 이기 그리고 영웅의 소환이 적절히 다 담겨있다. 여기에 한 명의 영웅이 이끌어 나가며 전체를 구하는 원 톱이 아닌 여러 명이라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실을 은폐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총리의 일벌백계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소한 대통령이든 국민이든 누구라도 총리의 아구창을 날리는 장면 하나쯤은 있으면 이렇게 먹먹하고 답답하고 바다 밑에 잠긴 아이들이 가슴에 남진 않았을지 모른다. 아프다. 이 영화.
글 : 두목
이미지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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