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딱! 하루 남긴 오늘. 사실 눈도 많이 오고 드럽게 춥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니였네요. 바람은 좀 불었지만 따뜻한 오후 햇살이 너무 좋은 2014년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어딜 가긴 그렇고 따뜻한 햇살 맞으며 거실에서 영화로 마무리 했습니다. ^^; 2014년의 마지막 날에 거실에서 널부러져 시청한 영화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입니다. 얼마전에 읽은 '아빠를 팝니다'가 원작이 아닐까 했는데 동명으로 원작이 따로 있다네요. 근데 '아빠를 팝니다'의 디노 아들 샘이나 태만의 딸 아영이나 당돌하고 다소 황당한 녀석들이라는 점은 일맥상통하네요.
영화는 장르적 관점으로는 코미디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웃기지만은 않습니다. 어찌보면 슬픈 드라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가족의 결핍, 상실을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서 웃음을 적절히 섞어 놓았습니다. 태만과 지수, 아영을 통해 지금 우리들의 상징적인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소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살기 폭폭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요즘 '서울대'를 나온 아빠는 졸지에 '쓸모없는 것'이 되지만 사실 뭐라도 해볼라쳐도 '서울대'를 나왔다는 타이틀이 오히려 선입견에 발목을 잡히는 족쇄가 된다는 설정이 솔직히 가슴 한켠이 '짠'한 구석을 만들죠. 이처럼 가족들의 결핍과 상실로 인한 부족한 소통을 태만의 '아빠 렌탈'로 채워지는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한켠이 '싸' 해지는 뭔지모를 감정선을 자극합니다. 아빠가 없어서 아빠라는 역할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진태, 아빠는 있지만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으며 자신이 기댈 수 없는 세경, 아들이 죽어 며느리마저 자신을 떠날까를 두려워 하는 진태 할머니, 치기어린 애정에 덜컥 임신을 시키고 무서움에 도망쳐버린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연희, 술 먹고 엄마를 두들겨 패던 아빠를 증오하지만 죽기전 마주한 아빠를 잊지 못해 기타를 메고다니지만 정작 엄마에게 미안해 노래를 부르지 않는 보미, 평생을 남의 양복만을 만들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두 걸음을 위해 양복을 입는 승일과 자식에게 버림 받았다는 사실에 50년을 산 동네를 떠나려는 미용실 집주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초반의 결핍이나 상실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설득력있게 끌어나가다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그런 가족들을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에는 오히려 뒷심이 좀 떨어집니다. 참, 4885!! 영화 추적자의 오마쥬가 너무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도 했네요. ^^
영화의 아쉬운 점은 아빠 태만의 무능력함을 나타내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초반부 태만을 발로 툭차는 지수의 무능력한 남편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동이 너무 드러내 놓는다는 점등이 연이은 사업실패로 인한 오랜 시간을 백수로 지낸다는 점을 설명없이 너무 함축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을 뺀다면 최소한 좋은 아빠임에도 말이죠. 그리고 보미의 아빠에 대한 애증을 표현하면서 아빠에게 폭력을 쓰는 부분은 승일과의 연결고리를 위한 연출을 짐작되는 부분이나 '만지고 싶은' 쇼핑호스트 미연과의 애정선에 지수가 오해하는 장면들은 '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요.
영화가 결핍이나 상실에 초점을 맞추고 눈물대신에 웃음을 선택할 수 있었던건 역시나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한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결국 그런 결핍이나 상실을 넘어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강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빠가 없으면 가족을 만들 수 없고, 가족이 없으면 아빠도 없다'는 태만의 말처럼 각기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아니 태만을 통해 새로운 가족들의 재구성이 가슴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제 딸에게도 제가 좋은 아빠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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