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가 궁금했다. 더욱이 잘 파는 이유를 알려준다니 은퇴 이후 뭔가 파는 일을 고민하는 나로서는 흥미롭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솔직히 법칙이나 숫자를 집어넣어서 모든 걸 설명하는 듯한 자기계발서는 되레 믿지 못하는 편이라 그렇다고 혹하지는 않았다.
기획, 스토리 등등이 상품과 어울려야 하는 시대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시대의 흐름을 각종 세대 구분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늘 어렵다. 잘파세대라니, MZ세대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데 뜬금없이 잘파세대라는 말에 도대체 나와 얼마나 많은 다른 세대가 존재하는지 한숨부터 쉬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생산과 소비의 형태라는 입장에서 마케팅은 중요하고 현 시대 중심에 팝업이라는 형식이 비중 있게 다루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 팝업스토어라는 마케팅 용어를 들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케팅이나 홍보에 갖고 있는 관심에 비해 정작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구나, 하는 자성이 들었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팝업스토어처럼 시시각각 새로운 체험과 감정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그래서 팝업스토어의 이야기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30쪽, 공간, 팝업스토어로 진화하다
2장 <브랜드의 법칙> 중에 팝업스토어의 목적이 주로 매출을 많이 올리는 것보다는 고객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그리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호감적이도록 전환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런 과정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홍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 이익의 확장 등 고객이 찾도록 하고 고객 스스로 홍보하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당장이라도 팝업스토어를 열면 잘 팔리는 공간을 만들어 낼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팝업스토어가 신상품을 소개하고 체험공간을 제공하며 제품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면 그저 '하는 것'이 아닌 종합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유념하게 된다. 여기에 팝업스토어를 '잘'하는 방법은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동시에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에 조직의 경영진이나 의사 결정권자가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입 닥치라는 조언도 덧붙이는데 왜 사이다 원샷한 느낌이 드는지.
게다가 무조건 하고 싶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가슴을 흔들만한 나만의 스토리를 씌워야 한다는데, 내가 하고 싶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놈 안 잡는' 책방은 어떤 스토리를 가져야 하는지 도무지 머리가 돌질 않는다.
"취향이 중요해졌다는 것은 인간의 삶이 조직에서 개인으로 파편화되었다는 의미이다."
81쪽, 요즘 유행하는 공간 콘셉트
머리가 하얘졌다. 요즘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도 대부분의 직원이 잘파나 MZ세대다 보니 개취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데 어쩌면 저자가 지적하는 '파편화'가 되었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조직에 목숨 거는 시대는 분명 아니다 보니 누구에게나 맞춤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다는 말이 공감될 수밖에 없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것은 기업이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 여정을 분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103쪽, 다섯 번째, 고객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작성하라
팝업스토어 자체가 브랜드나 공간을 고객에게 알린다는 목적성에 비추어 본다면 오픈해서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잘 팔려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면 고객이 입맛을 다시고 지갑을 열게 만드느냐의 의사결정을 분석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겠다 싶다.
홍대에 <삼다코지> 카페를 예로 들며 이미 독특하고 차별화 된다면 굳이 체험이나 이벤트로 번거롭게 브랜드나 공간을 알리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한데 이미 브랜드가 독특하고 차별화 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임에서 이미 널리고 널린 아이템을 독특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기대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이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리적 공간에 물리적 요소를 채우는 것으로 단순하게 공간을 이해한다면 그 공간에는 별 의미가 없다. 앞으로 공급자는 공간 속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지 고민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채워야 한다."
203쪽, 에필로그, 공간은 사람이다
이 책은 왜?부터 어떻게?까지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 브랜드와 공간을 디자인하고 홍보와 운영까지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만하다. 이미 홍대나 성수 등 핫플레이스에서 잘 팔리는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무신사, 시몬스, 모나미 등 50가지 사례에서 통해 어떻게 하면 잘 팔리는 팝업스토어를 만드는가에 대한 방법을 알려준다.
팝업스토어를 알려면 읽어야 하는 전공 서적이 아닐까 싶다. 결국 힙한 공간에 대한 해답은 사람에 대한 이해다. 그걸 알려주는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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