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리뷰

[돈 룩 업] 지구 종말이란 무게도 가벼워야 하는 시대

by 두목의진심 2022. 3. 25.
728x90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돈 룩 업'

 

부스스한 머리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지도 교수 랜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축하와 함께 발견자 케이트의 성을 딴 디비아스키 혜성의 경로를 추적하던 그들은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으매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학회와 나사에 긴급하게 연락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긴급하게 대통령과 면담을 하지만 시큰둥한 반응에 이들은 언론 플레이를 결심한다. 유명 언론에 제보하고 잘나가는 토크쇼에 출연해 위급함을 알리지만 역시나 가벼운 가십거리에 밀려 빡치고 SNS에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평화로운 사람들의 지구 구하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돈 룩 업'

 

놀랍다. 지구 종말이라는 엄청난 비극적 재난을 눈물은커녕 코믹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끔찍하게 답답한데도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은 순삭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지구 종말, 이라는 이렇게 명료하고 쉬운 이야기가 정치를 만나면 고구마 백만 스물한 개 만큼 답답해지고, 미디어를 만나면 가십 정도로 나풀거리며 가벼워지고, 자본을 만나면 탐욕이 되는지.

 

재난 영화의 공식이라면 억지일지는 모르지만 그 끝에는 살아남는다, 라는 인류애나 희망 같은 메시지가 담기는 게 정석인데 이 영화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무섭다. 끝은 끝이라서 희망 따위는 얄짤없다. 되려 올리언(메릴 스트립)의 말로보다는 나으려나. 어쨌거나 그때가 되면 먼지로 흩어지는가 아니면 먹히느냐 그것이 문제이긴 하겠다.

 

지구를 애정한 혜성 디비아스키는 직진밖에 모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아무도 안 하는 사이, 다국적 연합의 격추 시도는 불발로 끝난다. 마지막 남은 보루였던 혜성 분해이자 핸드폰 장사꾼 피터(마크 라이언스)의 탐욕의 결정체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 관객은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절망과 고소함. 그리고 이어지는 평온함이 분노하게 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돈 룩 업'

 

영화는 인간의 탐욕은 얼마나 끝도 없으며 어리석은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사실로 믿지 않고 미디어만 들여다보는 인류에게 자연은 자비를 베풀지 않으리란 경고를 이렇게 코믹스럽게 담아낸 감독이 대단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