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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어느 날. 지구는 멸망했다. 오존층이 파괴되고 태양이 뿜어내는 자외선은 생명체를 태우거나 말려 버렸다. 도시는 황폐해지고 거대 모래 폭풍이 시도 때도 없이 밀어 닥친다. 몇몇 살아남은 인간은 그나마 남은 것들을 약탈하며 살아간다. 주인공 핀치(톰 행크스) 역시 그렇다. 공학자인 그는 태양 패널을 이용해 전력을 모아 아지트와 밴을 개조해 도시를 떠돌며 반려견 굿이어와 살아 나간다.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한 그는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는 로봇 제프를 만들어 낸다.
핀치는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의 심정이었을까. 자신의 죽음 앞에 반려견인 굿이어가 홀로 남을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자외선에 타들어 갈 피부가 필요 없는 로봇 제프를 만들고 제프에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준다. 왜 밤에는 숨어야 하고 낮에만 움직여야 하는지, 자물쇠가 부수어지지 않은 건물은 왜 위험한지, 모래 폭풍이 불어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영화는 지구 종말 이후, 인간의 삶이나 지구 생태계 같은 환경적 재앙을 콕 짚어 말하진 않는다. 물론 배경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나 약탈을 핀치의 담담한 소회로 지구 재앙은 인간이 초래했음을 일깨운다. 그리고 공학자로서 자본 앞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삶은 끔찍했고, 지구가 멸망한 뒤로도 인간의 탐욕과 잔인성에 숨어들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하듯 제프에게 털어놓는 장면은 현대인의 자화상일지 모른다.
핀치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정리하고자 자신이 거부해 왔지만 갈망했던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그 여정에서 제프와 핀치 그리고 굿이어는 서로에 대한 교감을 쌓는다. 사실 아무리 공학자라고는 하지만 혼자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게 가능하겠냐 싶은 현실적 부분이 없진 않지만 로봇 제프를 통해 인간애를 뭉클하게 그려내는 보기 드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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