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리소설7

[소설] 명탐정으로 있어줘 일본 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1965년 생으로 환갑이 코앞인 나이에 미스터리 작가로 등단했다는 그의 이력이 눈에 띈다. 은퇴하고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겐 등불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명탐정과 할아버지의 상관관계는 뭘까? 명탐정이 궁금하다. 뭐랄까 상상 혹은 기대했던 하나의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며 풀어 나가는 형식은 아니다. 사건의 치밀한 전개와 숨막히는 해결이 펼쳐진다기보다 손녀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주고받기 위해 사건이 만들어지는, 살짝 흥미 위주의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할아버지의 치매성 환시가 양념처럼 곁들여져 긴장감이나 무겁다는 느낌이 덜하다. 자아내면 스토리고, 세상 모든 일도 스토리며, 지어낸 일이기에 아름 답.. 2023. 10. 12.
[소설] 죽느냐 사느냐의 경계, 사자 츠나구 1 아, 사자가 그 사자였어? 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영화 의 원작이라는 것도. 죽은 자와 산자의 교감이라니, 애니메이션 의 모티프인가? 암튼 여름은 여름인가 보다. 일본 차세대 대표 작가로 알려진 츠지무라 미즈키의 2011년 작품으로,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 츠나구가 만나는 5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2012년에 상영됐다.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게 엄청 짜릿 하다. 거절 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없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포기하는 거라니. 역시 만남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 거야. 모두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해. 공평이라는 건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아." 42쪽 정말 그럴까,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출발선이 모두 달라서? 지금 세.. 2023. 7. 27.
[소설] 고스트 라이터 어떤 소식들은 반창고를 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짧고 퉁명스럽게. 잠시 따끔거리다 이내 사라져버리는 통증, 처럼. 부랴부랴 옮겨 적는다.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는 표현치고 이것처럼 멋진 표현이 있을까. 그렇게 감탄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십 년을 공들여야 만들어질 이야기를 석 달 만에 만들어 내야 하는 뇌종양을 머리에 담은 작가라는 설정부터 헷갈렸다. 소설인가? 원래 까칠한 스타 작가가 더 까칠하게 자신의 은퇴를 말한다. 그리고 신간은 자신이 은퇴 후 베스트셀러 제조기인 최고의 에디터에게 편집을 맡기라 한다. 그런데 그 에디터는 로맨스를 써내는 그의 작품에 관심이 없을 것, 이라고 그의 대리인은 예측한다. 이 사람이 왜 이럴까? 대리인의 상상력이 동원된다. ​아! 얕은 탄성이 났.. 2022. 12. 1.
[소설/낭독리뷰] 말라바르 언덕의 과부들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더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이 없다'라는 광고를 인상 깊게 기억할 만큼 흥미로운 구루의 나라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데다 추리소설이라니 개인적으로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무작정 읽다가 '아들 하나를 포함한 유족이 있다.'라는 문장이 이 소설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문장을 둘러싼 퍼빈의 생각에서 인도 여성 인권의 문제가 읽혔다. 21세기인 현재에도 문화 혹은 종교라는 미명하에 종종 자행되는 일들. 한데 아내조차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저 유족 중 하나로 포함해 버리는 이 간단 명료한 문장에 과거 내 어머니 유년 시절도 인도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어머니는 "쓰잘데기 없는 가스나가 공부를 해서 .. 2021. 2. 28.
[소설] 교통경찰의 밤 그동안 서평을 해오면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한다. 이 작가 글의 특징은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거다. 치토스라는 과자의 캐릭터(얘가 이름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가 했던 "언젠간, 꼭 먹고 말 거야!"라는 것처럼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늘 그런 식의 마음가짐을 갖게 한달까. "언젠간, 꼭 읽고 말 거야!" 이 책도 그랬다. 출간된 걸 알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제목이 주는 묘한 로맨틱함. 누구의 밤인들 로맨틱하지 않겠냐마는 특히나 교통경찰이라니 뭔가 기대감이 있었달까. 역시 그의 이야기는 재밌다. 중간에 그만 두기 쉽지 않을 만큼. 교통경찰의 이야기인 이 6가지의 단편 역시 그랬다. 한데 이 책은 딱 거기까지였다. 손에 땀을 쥐게 .. 2020. 4. 3.
[추리/소설]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는 도대체 숨 쉴 틈을 안 준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엄청난 양의 소설을 단편 하나쯤 읽는 것처럼 단숨에 읽게 만든다. 덕분에 눈은 흐릿해지고 충혈이 되었지만 말이다. 미스터리 추리물임에도 엄청난 추리를 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뭔가 있을 법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대로 하쿠로와 가에다를 따라가며 '비너스' 존재를 찾으면 된다. 비너스의 존재, 그것도 위험하다고 미리 알려준 비너스의 존재가 무엇인지 꽤나 궁금했다. '미인인데다가 육감적인 몸을 가진 가에다가 비너스일까?'라는 의심을 하다가 '분명해, 가에다야'라는 확신이 들 때쯤 비너스의 존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반전일까? 이것이? 어쩌면 약간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정체를 드러내버린, 아니면 내가 허수룩하게 추리를 이어.. 2017.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