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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6

[소설] 교통경찰의 밤 그동안 서평을 해오면서 여러 번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한다. 이 작가 글의 특징은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는 거다. 치토스라는 과자의 캐릭터(얘가 이름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가 했던 "언젠간, 꼭 먹고 말 거야!"라는 것처럼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늘 그런 식의 마음가짐을 갖게 한달까. "언젠간, 꼭 읽고 말 거야!" 이 책도 그랬다. 출간된 걸 알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제목이 주는 묘한 로맨틱함. 누구의 밤인들 로맨틱하지 않겠냐마는 특히나 교통경찰이라니 뭔가 기대감이 있었달까. 역시 그의 이야기는 재밌다. 중간에 그만 두기 쉽지 않을 만큼. 교통경찰의 이야기인 이 6가지의 단편 역시 그랬다. 한데 이 책은 딱 거기까지였다. 손에 땀을 쥐게 .. 2020. 4. 3.
[자기계발/성공] 내 인생 다음 페이지 - 성공한 사람은 노력을 말하고 실패하는 사람은 운을 탓한다 이 책은 1913년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을 요즘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운명 따위에 개의치 않고 본인의 삶에 노력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충고하고 있는데 사실 요즘 입맛에 맞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요즘은 '닥치고 노력!'은 꼰대 소릴 듣는 편이라 약간은 고리타분하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가 뭐라 해도 분명히 중요한 '노력'에 대한 조언이 가득 담겼다. "어제와 다르지 않으면 어제와 여전한 오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는 동안 삶은 느슨해진 시계태엽처럼 언젠가 멈추고 만다. 생기를 잃고, 행복해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p39 누군가는 어제와 같은 오늘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열정이나 성공을 향해 달리다 보니 어제보.. 2020. 3. 19.
[일본문학/에세이] 매일매일 좋은 날 "인간에게는 아무리 이해하려 애를 써도 그때가 올 때까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 사실을 덮고 감출 수는 없게 된다." 이 책은 25년간의 다도茶道에서 얻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다도 집, 다케다 선생의 집을 묘사는 슥슥 읽을 수 없다. 다도를 하는 것처럼 괜히 조용히 느릿하게 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리고 눈을 감게 되고 상상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비가 흐릿하게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p7 벚꽃에서 녹음이 우거지고 푸름과 붉음이 공존함을 지나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 시작부터 마음이 평온해진다. 20대에 시작해 30대를 거쳐 40대에 이르는 시간은 계절이 순리를 따라 도는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우아하게 흐른다. 다도는 어쩌면 계절과.. 2019. 1. 22.
[교양/소설] 숲속에 잠든 물고기 이란 영화를 보며 '답답하고 무겁다'라는 리뷰를 썼었다. 전업주부의 일상의 무료함으로 시작된 영화는 끝도 없이 치닫는 욕망으로 파국을 맞는 것으로 끝을 맺는 그런 내용이었다 기억한다. 이 영화의 원작자라니 내용이 궁금했다. 게다가 '물고기가 숲속에서 잠들었다'라는 제목도 흥미롭다. 물이 아닌 숲에서 잠든 물고기는 이미 길을 잃었다.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헤맸는지 숲에서 잠까지 들었다니. 읽기 전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 그리고 '옮긴이의 말'은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미 다섯 여인의 심리적 갈등이 예측되어 버렸다. "사실은 무서웠어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도 가는 건 이 아이인데 저 자신이 한 번 더 반복해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전보다는 훨씬 잘하.. 2018. 12. 2.
[에세이/심리] 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지금 그야말로 절망의 한가운데에 있는 분도 계시겠지요. 절망을 극복하는 길이 전혀 안 보이고, 갇힌 동굴 속 어느 방향에서도 조금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으며,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도 알 수 없는 막막한 심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극복의 길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닙니다. 그 부분을 부디 서두르지 말아주세요. 중요한 건 이 책에서도 몇 번이나 말했듯, ‘절망의 기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p233 27년 전 찰나의 순간, 내 시간은 멈췄다. 목이 부러지고 전신마비가 되었다. 는 그때로 되돌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공감했다. '절망'을 벗어나려 죽을힘을 다하면 할수록 죽을 만큼 더 깊어지는 절망 때문에 무기력해지는 나를 마주했었다. '이렇게 살면 뭐 해?'라는 삶의 선택지 앞에 섰.. 2017. 7. 26.
[문학/소설] 인간실격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엮은 일문학 선집 시리즈 두 번째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인 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며 '다자이' 열풍을 일으켰다는 그의 최후의 걸작이라고 평을 받은 소설이다. 그런데 나는 뭐랄까 침대 깊숙이 몸이 내리 묻히는 느낌이랄까? 무슨 내용의 책이길래 머리말부터 이토록 암울하게 시작되는 건지 내용이 진심 궁금하다. '진짜 수기.. 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1인칭 시점의 이 책은 정말이지 묘하다. 한 인간의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그의 행적 아니 기행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그의 말도 안 되는 여인들과의 얽힌 행적들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의 사실감을 느끼게 한다.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적응하고 .. 2016.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