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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5

[에세이/낭독리뷰]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낯익은 이름인데 그의 책이나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그가 타계한 이후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대로 여러 잡지에 실었던 시사 칼럼을 추려 55편을 옮겼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창으로 열려 있을까. 우연찮게 어제 TV에서 요즘 학생들의 어휘력 문제를 조명했다. 이런저런 스피드 퀴즈 형식의 장면과 뒤를 이어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어려워 한 단어가 '글피'였다. 심지어 처음 들어 봤다는 학생도 있다. 어쩌면 요즘을 사는 우리는 '오늘'만 살 것처럼 현재에 집중하다 보니 내일도 모레도 어렵다. 그러니 그다음인 글피를 꿈이나 꿀까?라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한데 에코 역시 요즘 사람들의 과거 인물에 대한 무지와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주목하는 이야기는 어딘가 방송과 통하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아.. 2021. 3. 12.
[심리/소설] 하우스프라우 강렬함. 를 덮고 난 기분이다. 단어의 의미는 뭘까? 안나가 대체로 그리워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잘 사용할 수 있는 영어나 파국으로 치닫는 그 순간까지 소외를 느끼게 만들던 독일어, 아니 슈비처뒤치 역시 '가정주부'라는 뜻이다. 가정주부. 유부녀. 결국 안나의 소외와 우울을 극대화하기 위한 역설적 제목일지도. "삶은 상실이다. 잦은, 일상적인 상실. 상실 또한 일정한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오직 암기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다." p255 "인간은 똑똑히 알면서도 여전히 끔찍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인식에는 자동적으로 윤리가 따라오진 않죠." p259 책을 읽으며 줄곧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단어가 맴돈다. 하지만 떨어져 나오지 않고 답답함을 키운다. 결국 딱 집어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끝까지.. 2017. 8. 8.
[인문/기초과학]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수학"이라는 과목 아니 학문이 재미가 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 딸 역시 유일하게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게 수학이다. 그러다 보니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렇게 어렵고 고리타분하고 머리 복잡해지는 학문을 풀어놓은 책이라는 점이 호기심이 들었다. 이 책 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수학에 대한 그의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말을 읽는 나는 왠지 모를 명쾌함이 동반되면서 읽기 시작했다. "수학은 우리가 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과학이고, 그 기법들과 관습들은 수백 년에 걸친 고된 노력과 논쟁을 통해서 밝혀진 거야. 네가 수학의 도구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세상을 더 깊게, 더 올바르게, 더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어." "나는 우리가 매일 고민하는 정치, 의학, 상업, 신.. 2016. 7. 15.
[문학/소설]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되거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책 머리에 이렇게 소회를 밝힌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책이 인생을 뒤바꿔 줄 수는 없을지도 드라마틱한 인생을 만들어 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흥분하고 설레고 빠져드는 책을 만난다면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은퇴의 날을 생각한다. 전망 좋은 바닷가 혹은 꼭 뜨거운 태양이 내리 쏟아져 따뜻한 파란색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바다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세상에 지친 눈을 잠시 쉴 수 있는 풍경이 있는 그런 호젓한 곳이 자리 잡고 온통이 책으로 뒤덮인 그런 커피가 있는 책방을 하고 싶은 소망을 가진 나로서는 이 책이 주는 설렘은 그 무엇보다 크다. 특히 "서점은 로맨틱한 생.. 2016. 7. 2.
[인문/교육]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 라는 제목과 저자의 이력을 보고 뭔가 이 책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기업 컨설턴트로 일하는 저자가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좀 생소하달까. 그럼에도 아이들의 성장과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은 아이의 성장에 부모 혹은 교사, 주변의 사람들이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관점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결론: 벽돌담인가, 이름다운 모자이크인가" 부분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으면 저자가 뭘 이야기하려는지, 단지 육아의 기술이나 방법에 대한 지침서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현대의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의 경이감을 없애고 유년기를 훔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꼬집는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저.. 2016.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