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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동화3

[에세이]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어른 동화'라는 부제처럼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을 마치 넘실대는 푸딩을 숟가락으로 떠올린 것처럼 고스란히 떠다 놓았다. 그 시절의 시골과 그때의 언어들로 묘사된 주인공 참댕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덩달아 내 유년을 기억하게 하기도 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에 다였지만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나고 자란 덕에 '서리'같은 새콤달콤한 이야깃거리가 없어 작가가 풀어내는 그때만 누릴 수 있는 나쁜 짓을 못해봐서 좀 아쉽다. 아홉 살 인생이나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의 기영, 기철 형제가 떠오를 만큼 작가가 펼쳐놓는 유년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살짝 미소 짓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재미'를 느끼려면 중년이거나 그 시기를 좀 넘겨야 공감되지 않을까 싶다. 전쟁 후라는 어수선한.. 2020. 6. 29.
[소설/동화] 몬테로소의 분홍 벽 어른을 위한 동화 책이겠지? 화려한 색감으로 무장한 몽환적이고 독특한 그림책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내용은? 어른만을 위한 그림 동화책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내 마음대로 그렇게 정했다. 황갈 색 고양이 하스카프의 꿈속 현실의 이야기를. 은 일본 여류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 그림책이라는 소개 글을 읽었을 땐 무심했다. 그러다 지나치다 서둘러 되짚은 소개 글에 의 작가라고 되어있다. 아, 냉정과 열정 사이. 두 번을 거푸 읽었고 영화까지 찾아 보고야 말았던 섬세함에 숨이 막힐 정도였던 그 책의 작가라니. 꿈속에 늘 만나게 되는 분홍 벽. 고양이는 생선을 훔쳐 먹는 낭만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고양이 하스카프는 이름만 낭만적이 아닌가. 게으르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분간이 .. 2017. 4. 27.
[문학/소설]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이탈리아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생소함은 낯섦과 같은가? 내용에 등장하는 각족 지명이나 명언 등은 몇 번씩 되뇌며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준다.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는 주었지만 읽어나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작고 얇은 책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에게 "공존"이라는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 현대인은 회사 건 집안이 건 조그맣던 크던 나만의 영역을 갖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데 이 책은 그런 나만의 영역,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를 통해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느 날 은퇴 후 자신만의 공간인 정원에 낯선 풍경이 만들어지고 그 주범이 두더지라는 결론으로 그 침입자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퀴리나 부인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데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어느새 '침입자.. 2016.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