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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6

[시] 오래 만나고 싶은, 시詩계절 2 이런 작가 소개에 빙긋 미소가 절로 나는 게 비단 나뿐이 아닐 테지만 자꾸 읽게 된다.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와 닮았다니, 그의 촉촉함을 믿어 보게 된다. 시집 를 쓰고 두 번째다. 사랑, 그 감정 아니 감각은 분명 세월이 변해서 변했다. 아내가 아내가 되기 전 연인이었던 때가 있었고, 그때는 약에 취한 것처럼 하루 종일 달 뜨게 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이 그러했다. 잊었던, 소멸된 세포를 그의 시가 시작부터 나를 깨우고 시간을 그때로 돌려 놓았다. 나는 지금 많이 달 뜨고 있다. 아내를 본다. 밤 파도가 밀려와요 지금 파도가 중요한가요 이렇게 그대가 밀려오는데 18쪽, 청사포 *너의 외로움을 스친 바람이 내 뺨에 닿았다, 라니 어쩜 이리 절절한 마음이 제대로 퍼지는지 모르겠.. 2023. 12. 1.
[시] 다정한 시어를 붙잡고 싶은 시집, 사라지는 것들을 통과하는 여름이 있다 제목도 작가 소개도 내 이름이 적힌 다정한 글에서도 감성이 쏟아졌다. 다정함으로, 잘 있어라고 대답까지 하고 싶어질 정도로. 목차를 따라가다, 여름에서 겨울로 지나는 사이에 있는 그의 계절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 중에 '숨기 좋은 곳'이 궁금했다. 요즘은 씹는다기 보다 마시는 쪽에 가까운 죽처럼, 시도 술술 읽히는 에세이나 소설처럼 읽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예전에는 시를 잘 씹지 않으면 넘기기 어려워 의무감으로 꼭꼭 씹게 되는 현미밥처럼 그렇게 꼭꼭 씹으며 중얼거리고 되뇌고 고개도 젖히고 느릿하게 읽었었는데. 다 옛말처럼 그렇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시인은 현미밥처럼 만들어, 그가 예상한 게 빗나가서 다행인 그의 시가 이상하게 좋으면 어쩌지, 라는 예상을 하게 되는 마음이 들.. 2023. 9. 21.
[시] 별똥별이 궁금해지는,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 퇴근하고 집에 들어 서는데 예천에 아는 치과 있어? 라는 아내의 물음이 먼저 반겼다. 아니. 무심결에 대답하고 들어섰다. 탈의하고 식탁에 앉으니 서울대 마크가 선명한 모 치과에서 보낸 황색 우편물이 눈에 띈다. 뭐지? 궁금증에 우편물을 뜯는 순간, 아! 시집이네? 했다. 생각과 다른 책이라니. 제목을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었다. 왠지 소외계층의 삶이 두툼하게 담겼겠다, 싶어 요즘의 내 관심사와 맞아떨어진다 했다. 그런데 시집이 왔다. 시집이라 그런가? 시집인 걸 모르고 받은 후 시집인 걸 알았을 때의 제목은 아주 많이 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붓으로 그리고, 펜으로 쓰고 가끔 마시는 걸 좋아한다는 치과의사이자 시인은 요즘 판각을 배우고 있고, 하모니카 불기가 취미라고 한다. 근데 이렇게 바쁘신 와중에 치.. 2023. 9. 14.
[시] 이바라기 노리코 선집 오랜 시간 시인과 우정을 쌓아 온 다니카와 슌타로가 그의 시를 살펴 고른 시들로 구성한 선집으로 시인은 윤동주를 동경했고, 한국 시를 일본에 소개하기 위해 한글을 배웠다고 한다. 엮은이 이름이 낯이 익는다 했는데 시인 신경림과 시를 주고 받은 연작시인 를 읽은 적이 있다. 벌써 7년 이나 지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반갑다. 선집은 시인의 일생을 따라 연대기로 실려 있다. 그의 삶과 생각, 그리고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솔직히 시를, 특히나 시의 깊이를 알지 못하지만 일상적 언어로 나누는 편안한 대화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남성우월적 사회나 인종, 교육 같은 여러 민감한 주제도 시인은 주저하지 않고 꼬집고 있는 게 눈에 띄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절절한 사랑타령을 좋아 해서 그의 절제된 사랑 역시.. 2023. 5. 4.
[교양/시] 다,시 - 삶을 위로하는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제목이 다. 많은 시가 실려 다시일 수도 있고 이 계절 다시 새롭게 시의 계절임을 알리는 뜻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잠시 주저 않아 있는 이들에게 다시 용기를 실어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안 그래도 감수성 터지는 시들로 꽉꽉 채웠는데 한쪽을 여백으로 비워 자신만의 필사도 할 수 있게 했다. 시집은 '모든 사랑이 시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시다', '청춘의 눈부심이 시다', '매 순간이 시다', '찬란한 모든 것이 시다'로 분류하여 국내외를 망라한 가슴 흔드는 시를 실었다. 아, 뒤집어도 좋다. '모든 시는 사랑이다'처럼. 살아 있으므로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시간들이 가서 마을과 언덕에 눈이 쌓이고 생각들이 무거워지고 나무들이 축복처럼 서 있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저렇듯 무겁게 내린다고,.. 2018. 9. 12.
[시화/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서점, 수많은 책들 앞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아빠, 어떤 시인 좋아해?"라고 묻던 작년과는 다르게 두 달 가까이 소원해진 아빠의 생일에 어떤 책을 살지 묻지도 못하고 혼자서 책들 사이를 기웃거렸을 딸아이의 마음이 담긴 그런 시집 를 선물로 받았다. 으로 기억되는 절절하고 아름다운 그의 시어는 내 청춘을 마르지 않게 해줬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의 시를 읽었다. 아니 일용할 양식인 양 두 번, 세 번 꼭꼭 씹었다. 시는 말로 만들어진 그림인데 나는 그 그림을 설명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p7 시인은 "시는 절절하지 않으면, 가슴을 후벼파는 것이 아니면, 울컥 치솟는 것이 아니면 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가장 뜨거운 순간이 담겨 있지 않으면, 간절한 사랑과 아픈 소망이 아니면 시가 .. 201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