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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6

[에세이] 학대 그리고 우울로 점철된 - 모든 계절의 흔적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 봐주면 어떻겠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험담이라 했다. 가정폭력은 경험하지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영역이었다. 이런 내게 알리고 싶어 했던 그의 이야기는 뭘까 싶었다. 흥미보다는 궁금했달까. 가해자에게 집중되는 세상에서 피해자가 오롯이 고통을 버텨내야 결국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을 담담히 적어 낸다. 마치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 무심히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되려 더 상처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어설픈 오지랖이 발동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 생존자로 분류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묵직하게 내리 눌렀다. 일상적으로 벌어진 폭력과 학대를 다소 격양된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담담히 짧게 적어 내려가는 작가의 글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도대체'였다. 도대체.. 2024. 2. 16.
[에세이]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 순간 기록자라는 작가, 살아내는 삶에서 자취를 감추는 '당신'들을 기억하는 기록이라는 그의 말에 손끝이 찌릿했다. 내게는 애닯게 기록할 만한 당신이 있던가. 읽는 내내 쓸쓸한 이별이 손끝에 잔뜩 묻어나는 그의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되레 또렷해진다. 그래서 산문이라기엔 그의 깊은 나락은 너무 짙다. 그의 언어는 감탄하게 되는 시다. 언제쯤 슬픔을 걱정하지 않고서 사랑할 수 있을지 묻는 를 음미하다가 그의 사랑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고, 밀어내려 애쓰는 그의 언어와는 달리 '당신'이 밀려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쩌면 그렇게 매달려야 살 수 있었을지도. "우리는 사랑하는 타이밍은 맞았는데, 이별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아는 아직, 우리에 대한 사랑을 끝맺질.. 2023. 11. 29.
[에세이]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날들 인생 2막을 응원한다는 글쓰기 모임 에서 책을 선물로 받았다. 인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강좌라 잔뜩 기대하다 더딘 클릭에 대기로 밀려났다. 실망하던 차에 추가로 듣게 되서 기대가 곱절로 커졌다. 그 살롱의 첫 책 을 읽었다. 첫 챕터에서부터 반가움이 확 퍼졌다. 본 사람은 다 느꼈을, 삼 남매가 버스에서 내릴 삼촌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의 메이를 둘러업은 채 아빠를 기다리던 사츠키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냥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 외로움이 아닌 설렐 수 있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므흣해졌다. 이어진 또 다른 개구리 이야기는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어릴 때, 양평에 있는 친구 이모네로 놀러 갔던 그 때로 시간을 순식간에 돌려놓았다. 떠나기 전날, 생물 시간에 개구리 해부를 했다. 어린애들이 수업 .. 2023. 6. 4.
[에세이] 우정 도둑 -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우정에 도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읽는 순간 마음이라도 털릴까 싶어 더 궁금해졌을지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서로에게서 몰래 훔친다는, 그것이 우정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지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40년 지기 친구들이 떠오르고 살짝 얼굴이 달아 올랐다. 어쩌면 우린 서로의 마음을 훔친 우정 도둑이었을지도. 작가는 그의 일상과 시간과 공간과 사람 사이를 저공 비행하듯 넘나들며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낮게 나는지 음소거 된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고 조용하다. 그리고 약간의 우울감이 느껴져 편안해진다. 담담한 문체 속에 눈에 박히는 구절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라든가 '아직도'가 아니라 '이제야' 찾은 삶일 텐데도, 그.. 2023. 6. 2.
[에세이/낭독리뷰] 당신이라는 자랑 "사람은 힘든 일이 몰려오면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7쪽 ​ 무기력하고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 어쩌면 사랑. 누군가의 삶을 위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작가는 거침없이 그러고 싶다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담담하면서도 아주 따뜻한 자신의 이야기에 생각들을 얹어 마음을 전한다. 산문과 에세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와중에 틈틈이 박혀있는 그의 시는 빼곡히 채워진 그 어떤 페이지보다 오래 머물게 만들고 오래 되새기게 한다. ​ 출근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운전만 해야 하는 터라 오늘도 새벽 출근을 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다. 한 명씩 한 명씩 직원들이 밀려드는 시간인데 하필 작가가 월급을 탔다. 왈칵 눈물이 터져 활자가 흐릿해지고 훌쩍댔더니 감기 걸린 거.. 2021. 4. 3.
[조정래의 시선::지금 우리는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가] 작가의 시선에 덩달아 시선을 맞추게 된다 오랜만에 조정래 선생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다름아닌 이번에 새로 출간된 '시선'이라는 책인데요. 그동안 선생님의 소설은 불놀이를 읽을때부터 대하소설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정글만리가 출간되고 솔직히 '읽고 싶다, 일어야 한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어마어마한 두께에 위축되 밀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회사도서관에 책이 입고되어 있길래 낼름 집어들었습니다. ​ 책 내용은 정글만리를 집필하게 된 동기부터 과정, 작가의 생각 등을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과 우리 역사와 맞물려 세계 흐름에 대처해야 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바라봐야 하는 G2를 넘어 G1에 이를지도 모르는 중국이라는 흐름에 대한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엮었습니다. 정글만리를 읽지.. 201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