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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5

[에세이] 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고개를 들어보니 도시가 불타고 있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작년 코로나19의 위세에도 눌리지 않고 도시를 뒤덮었던 노란 우산의 홍콩 거리를 뉴스에서 보며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 거리가 겹쳐졌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이전과 같은 홍콩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저자의 말은 예언이 아니라 현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4월 1일이 되면 추억하는 장국영처럼 우린 예전의 홍콩을 짜내듯 기억해 내야 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홍콩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이겠거니 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로 홍콩을 선사한다. 홍콩이 왜 홍콩인지, 고립을 경험한 그들이 중국의 간섭으로 어떤 불편한 감정을 갖는지, 강압적 폭력에 맞서 그.. 2021. 5. 13.
[교양/철학]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책 제목에 떡 하니 박힌 '매혹'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이라는 부제가 흥미를 자극했다. 나는 내가 모르는 철학적 관념이 참 흥미롭다. 이 중 저자가 내세운 첫 이즘은 '공화주의', 잊고 있었던 대한민국헌법의 '민주 공화국'이라는 외침. 특정인이 아닌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 그것도 민주적인 자유가 바탕이 되어 더불어 사는 그런 이상적인 나라 건설이 대한민국이었다. 그걸 잊고 있었다. 애초에 이상적이기만 했던 공허한 외침이었을까? 은 그저 '이즘'을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길잡이가 되는 책을 추천해 준다. 그럼에도 내겐 역시 철학은 쉽지 않다. '나는 누구인가?'의 고민을 했던 계몽주의를 넘어 '굶어죽는 사람이 없다'라.. 2018. 11. 28.
[소설/추천]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나는 사라지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아. 길을 알아낼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러니 제발 좀 말해 줘."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일 정도로 위태로운 소설 를 읽었다. 내용 자체도 생경했지만 독자가 썼다는 마지막에 붙인 "작품 해설" 역시 그랬다. 그 독자는 또 다른 독자에게 묻는다. 이 책을 "왜" 읽게 됐냐고. 그러면서 제목의 어느 부분에서 끌렸으며, 어느 부분에서 호기심을 혹은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묻는다. 나는 어디에서 끌렸을까. ​ 마흔여덟 번째의 면접을 무난히 수행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려 했던 M이 결국 더 이상의 면접을 거부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불안하고 위태롭게 그렇지만 치열한 취업 전쟁을 치르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관문인 면접을 통해 현대 사회가 통념.. 2017. 12. 28.
[소설/청소년] 체 게바라와 여행하는 법 - 길 위에서 만나는 소수자의 철학 '체 게바라'하면 쿠바의 혁명가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가 어떤 혁명을 꿈꾸고 실행에 옮겼는지는 잘 모르지만 '민중'을 위한 혁명이었겠지. 그런 혁명가의 이름과 '여행'은 왠지 이질감이 느껴져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법'이라니. 혁명가 다운 여행 설명서 같은 걸까? 사계절에서 펴낸 은 청소년 문학이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청소년 문학 답지 않은 많은 철학적 이야기가 청소년이 읽기 쉽게 담겼고 주인공이 청소년이라는 점이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모두 다 읽어도 좋다. "어쩌면 아이처럼 산다는 건 언제나 세상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설렘을 안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P77 주인공 민영이라는 아이와 이주민 노동자 체 혹은 최 씨 아저씨의 여행을 통해 '.. 2017. 4. 26.
[문학/에세이] 지율 스님의 산막 일지 가려진 것들에 대한 미안함. 구도자의 삶에 대한 영역은 도시를 벗어나 입산하는 것으로 채워지는 것일까. 10가구가 전부인 깊은 산속 끄트머리 오지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삶을 잇는 스님 "지율"을 알지 못 했다. 그녀가 비구니인 것도 천성산 지킴이로 생사를 걸고 생명을 지키려 했던 것도, 또 4대 강, 강줄기를 지키려 애쓴 것도 몰랐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연신 TV 뉴스에서 4대 강 사업은 정작 강을 죽이는 일이라 외치고 있었으니까. 그저 내 정치적 무관심으로 생명의 중요함도 덩달아 무관심에 묻혔다. 그걸 이제야 깨닫는다. 는 그런 지율 스님의 생명에 대한 이야기처럼 따뜻한 책이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나는 그분이 밭에서 일할 때, 풀을 벨 때 호미질과 낫질하는 손을 유심히 본.. 2017.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