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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10

[예술]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 지우개 유혹됐다. 파우스트를 환락의 구렁텅이로 이끌었던 그 악마의 유혹과 지우개라니. 제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나이 들고 더 이상 없어졌다 싶었던 호기심이 발동했다. 더구나 아동청소년 영어교육 드라마를 개발하는 작가 겸 프로듀서 일을 십수 년 하고, 임신과 더불어 공황장애까지 겹쳐 비자발적 전업주부가 된 작가가 고전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써낸 글이라니 놀라기도 하고. 표지도 그렇고 기억을 잃어가는 '상실'에 대한 단편을 모은 소설인 줄 알았다. 한데 2013년 한국문학예술 드라마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를 포함한 5개의 드라마 시나리오 모음집이다. 과거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때,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써보겠다고 용쓰던 기억이 살아났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읽을 만큼 순식간에 끝을 봤.. 2023. 12. 29.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인생에 당연한 건 없다. 그게 사랑일지라도 시를 엮어 책을 만드는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아내 그레이스(아네트 베닝),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조용하고 소극적인 남편 에드워드(빌 나이) 그리고 사랑과 자기감정 표현에 서툰 아들 제이미(조쉬 오코너)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힘들어한다. 집으로 조용히 들어선 에드워드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차를 타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으려 하지만 자신의 차도 타 달라는 그레이스의 요구에 묵묵히 차 한 잔을 건넨다. 말 수가 적은 자신에게 자신과 대화할 것을 몰아붙이는 그레이스 피하던 에드워드는 결국 뺨을 얻어 맞고 나서야 혼자 있게 된다. 그리고 주말, 아들 제이미가 집으로 오고 에드워드는 자신은 '떠날 것'이라며 아내와 아들에게 폭탄선언을 하고 집을 나간다. 이후 괴로워하는 그레이스, 그런 엄마에게 쉽게 다가 서지 못.. 2022. 4. 9.
[해피 해피 브레드] 해피, 찾는 게 아니라 보는 것 푸른 들판과 드넓은 호수가 펼쳐진 외딴 시골 마을, 그 풍경 속 카페 마니가 있다. 그리고 복잡한 도쿄를 떠난 리에(하라다 토모요)와 미즈시마(오이즈미 요)가 이곳에서 빵과 커피를 내린다. 점차 마니를 중심으로 이웃 사람들이 모인다. 우체부 총각, 유리 공예가, 가죽 트렁크의 미스터리 아저씨, 스트레스를 미즈시마의 빵으로 푸는 훈남 청년까지. 그리고 마니를 찾아오는 새로운 손님들을 향한 카페 마니의 리에와 미즈시마의 진심을 담은 행복 레시피가 시작된다. 바다는 아니지만 드넓은 호수와 초록 가득한 들판,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빵과 커피를 굽고 내리는 리에와 미즈시마의 삶은 내 오랜 로망이다. 물론 나는 빵보다 책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도심에서 부대끼는 삶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영화는 이런 내 .. 2022. 2. 21.
[기적] 있을 건 다 있는, 그래서 머리 아픈 영화 아,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있을 게 다 있어서 웃다 찡하고 분개하고 그러다 통곡하다 머리가 아픈 영화 말이다. 코로나19로 조심조심한 영화판에서 간만에 이렇게 좋은 영화라니, 이게 기적이다 싶다. 대학도 포기한 채 경상북도 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수재인 준경(박정민)과 홀아비로 원리원칙대로 살아가는, 답답할 정도로 고지식한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뒷바라지를 하는 보경(이수경) 그리고 그런 누나의 껌딱지로 준경은 위험한 철로를 걸어 2시간을 걸려야 통학한다. 그리고 어느덧 6년의 시간이 흐르고 고교생이 된 중경은 여전히 간이역을 만들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고, 그런 준경의 뮤즈를 자청하고 나선 라희(윤아)가 삶에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86년, 고1이던 준경의 눈에 보.. 2021. 10. 31.
[스틸 워터] 정의가 진실은 아니다 아직 개봉 전 영화로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출연 배우나 영화를 기다리고 계신 분이라면 읽지 마세요. 2007년 이탈리아 유학 중 룸메이트 살인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아만다 녹스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로 낯선 도시의 이방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한 고립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석유 시추공으로 일하는 빌(맷 데이먼)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정리 해고당하고 일자리를 찾는 와중 유학 중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되어 있는 딸 앨리슨(아비게일 브레스인)의 면회를 위해 프랑스 마르세이유로 날아간다. 앨리슨은 무죄를 주장하며 면회 중 빌에게 은밀히 쪽지를 건네고 빌은 딸의 당부대로 변호인을 찾아 답변을 듣는다. 부정적인 변호인의 태도에 뭔가 석연치 않다고 느끼고 우연히 알게 된.. 2021. 9. 12.
[킹덤: 아신전] 이게 프리퀄? 담력 훈련까지 받으며 학교를 다녔던 세대고 전설의 고향을 기다리며 시청하던 당시는 담력은 세다고 배틀하며 공포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근데 , 이후 공포 영화는 멀리했다. 킹덤의 소문이 자자해 은근 관심을 좀 가져볼까 했는데 10초에 한 번씩 갑툭튀 해서 심장을 내놓고 봐야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아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을 견뎌내고 '볼까?' 싶은 마음이 살살 들었지만 가족들 누구 하나 응원하지 않았기에 말았다. 근데 아신 전이 나왔다. 킹덤의 프리퀄 격이기도 하고 전지현이라니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킹덤의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시리즈의 인물 구성도도 그려지지 않는데 '이걸 보면 뭐하나?' 싶다가도 궁금한 걸 참을 수 없어 봐 버렸다. 헐! 이런 낭패가. 역시나 세계관이 아주 없는 상태에서 등.. 2021.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