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리뷰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인생에 당연한 건 없다. 그게 사랑일지라도

by 두목의진심 2022. 4. 9.
728x90

 

출처: 다음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시를 엮어 책을 만드는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아내 그레이스(아네트 베닝),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조용하고 소극적인 남편 에드워드(빌 나이) 그리고 사랑과 자기감정 표현에 서툰 아들 제이미(조쉬 오코너)는 서로 다른 성격으로 힘들어한다. 집으로 조용히 들어선 에드워드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차를 타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으려 하지만 자신의 차도 타 달라는 그레이스의 요구에 묵묵히 차 한 잔을 건넨다. 말 수가 적은 자신에게 자신과 대화할 것을 몰아붙이는 그레이스 피하던 에드워드는 결국 뺨을 얻어 맞고 나서야 혼자 있게 된다. 그리고 주말, 아들 제이미가 집으로 오고 에드워드는 자신은 '떠날 것'이라며 아내와 아들에게 폭탄선언을 하고 집을 나간다. 이후 괴로워하는 그레이스, 그런 엄마에게 쉽게 다가 서지 못하는 제이미.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는데.

 

가족의 탄생과 해체에 '사랑'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담은 이 영화는 부부의 삶과 사랑 심지어 자녀에 대한 사랑도 '당연함'은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듯해서 머리가 띵할 정도로 강렬하다.

 

출처: 다음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우아한 자세에 위압적인 말투의 그레이스는 자신에게 묻지도 않은 채 차를 타는 에드워드에게 자신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며 비난한다. 모든 대화에 답정너인 아내의 심기를 건드려 봤자 피로해지는 일일뿐임에 알기에 에드워드는 피하기에 급급해 한다. 아들 제이미 역시 집에 오는 게 부담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부모 사이의 일이라며 적당한 선을 긋는다. 한데 아들이 집에 자주 오지 않다며 투덜대는 아내에게 아들의 사생활이 있다고 대신 변명해 주던 에드워드가 아들을 집으로 부른다.

 

결혼은 부부가 아웅다웅할지라도 죽을 때까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 그레이스는 부부 사이에 사랑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당연한 것들에 소극적인 남편을 비난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 에드워드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새벽 기도를 마치고 온 아내와 아들 앞에서 '떠나겠다'라고 일방적인 선언한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며.

 

출처: 다음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이 일방적 가정 파탄의 선고는 그레이스와 제이미는 가족의 해체를 예상하며 충격을 받는데 한때 자신을 위로하고 좋았던 날들을 추억할 수는 있지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에드워드의 감정과 자신들은 여전히 부부이고 부부는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라서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레이스의 감정이 묵직하게 관객에게 전달된다.

 

자신이 여전히 사랑하고 있으니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문이 보이는 계단에 앉아 있던 그레이스의 감정과 돌이켜 보니 그저 열차를 잘못 탔던 것임을 깨닫고 떠났지만 친구로 남을 수는 있어도 돌아갈 수는 없는 에드워드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가족의 해체를 오롯이 겪으며 제이미는 부모 각자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출처: 다음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어쩌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을 갈구한 그레이스도, 사랑이라 믿으며 맞춰주던 삶을 정리해버린 에드워드도, 집착에 가까운 관여에 집을 멀리했던 제이미도. 인생에서 29년은 길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끝나도 삶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제이미의 내레이션처럼 불행을 묵묵히 극복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게 해달라고, 그러면 자신도 아픔을 묵묵히 이겨나가겠노라고. 각자의 삶에서 강건함을 잃지 마시라고.

 

사랑은 일방적이지 않으며, 가족이라도 '당연함'은 없다. 묵직하고 먹먹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