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농업/사회] 귀농의 대전환 - 농사를 넘어 마을살이로

by 두목의진심 2017. 10. 31.
728x90

 

중년이거나 중년에 치닫거나 또는 은퇴했거나 할 예정인 사람들 치고 귀농이나 귀촌 혹은 귀향을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마흔 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팔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고민'만'하는 중이다. 난 고향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려갈 시골이 존재하지 않는다. 난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근데 이렇게 더 이상 도시에서 늙고 싶지 않고 더더구나 도시에서 죽고 싶지 않다. 왤까? 나는 왜 반겨줄 고향도 없는데 주야장천 마음은 바다가 보이거나 산을 등진 그런 시골로 달려가는 것일까.

 

"귀농은 출구나 숨통이 아닐 수도 있고, 마을은 해방구가 아닐 수 있다" 62, 자아를 구현할 인생 구상.

 

<귀농의 대전환>은 이런 나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을 들쑤신다. 살짝 들뜬 마음이었는데' 들어가는 말'부터 부정적 표현들이 지면을 채운다. 비장함을 넘어 비정함이 느껴질 정도다. 한편으로 저자가 표현하듯 대부분의 '도시 난민'들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사람들이고 그들의 서울살이는 마치 악전고투하듯 살아내야 하는 생존이었다. 그래서 지친 몸과 마음이 고향으로 향한다. 아버지의 서울살이는 나 역시 도시 난민으로 세대를 잇는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람은 도시에 91.8%가 몰려있고 농촌에 4.9%의 사람이 헐렁하게 나뉘어 있다 한다. 그런데 도시에 몰려있는 대다수의 사람은 코딱지만 한 땅을 엉덩이로 깔고 있고, 헐렁하게 사는 농부들은 깔고 앉으려면 수많은 엉덩이가 필요한 땅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도시 난민이 고향으로 또는 시골로 돌아가려 해도 깔고 앉을 땅이 없다는 게 함정이지 않을까.

 

저자도 지적한 대로 현재 중년으로 고단한 직장에서 벗어나고픈 도시 난민이라면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어디 가 좋을까?"를 고민한다기보다 "지금 내 형편에 엉덩이 붙이고 정착할 땅덩이가 있을까?"라는 고민이지 먼저이지 않을까. 그래서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나부터도 그렇다. 벌써 몇 년째 "가고 싶다"라는 희망형일 뿐이다.

 

"삶과 일이 동일한 시공간에 적정하게 혼재하고 병해되는 일, 그게 도시의 동네에서는 참 어렵다." 29, 들어갈 마을 찾기.

 

 

그러나 결국 "먹고사는 게 문제"라는 저자의 깨달음은 교과서 같다. 누구든 그걸 모를까 싶다. 도시에서 컴퓨터나 서류 쪼가리들만 뒤적거리던 사람들에게 농사란 단순히 '노동력' 정도의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시작하기 전에 그것부터 고민하는 나와 해보고 깨달은 저자의 차이는 극명하겠지만 결국 문제는 '먹고사는 일'이다.

 

"가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남이 아닌 나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 때 결단을 해야 한다"라는 조언은 귀농을 진지한 삶의 터전을 다지는 초석이 된다. 귀농 혹은 귀촌이 단순하게 삶의 공간을 옮기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복잡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문 농부가 될 수도, 그럴 신체적·정신적 능력도 안되지만 겸업 농부 혹은 마을시민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본다. 내 나이 마흔여덟이고 신체장애도 있다. 겸업 농부를 자처한다고 해도 아내에게 모든 농부로서의 짐을 지워야 하며 농부 이외의 소득을 만들어야 그나마 '겸업 농부'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도시 난민으로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답답하다.

 

 

"농촌을 상업적 관광지나 놀이터처럼 훼손하는 농촌관광사업부터 재고, 경계해야 한다. 관광농업이 아닌, 휴양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문화농업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 188, 나가는 글.

 

이 책은 이런저런 귀농에 대한 직설적인 조언을 해준다. 그저 입에 발린 소리와 보랏빛 다채로움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주목할만하다. 특히 농민기본소득법에 관련된 외국의 선례와 국내 비슷한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에는 과연 미래 농촌, 농부의 희망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거리를 준다. 그리고 책 말미, '나가는 글'에서 실질적 귀농의 패러다임으로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10가지 제안 중에 다섯 번째의 '문화 귀농'에 대한 의견에는 절대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

  

어쩌면 이미 중년을 지나고 신체장애까지 있는 나로서는 문화농업이란 분명 희망적인 패러다임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