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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심리/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by 두목의진심 2017.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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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이 늦어지면서 다시 아파트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제목에 끌려 주저 없이 들고 왔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나'로 사는 건지 매우 궁금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촌철살인이라고 해야 할까. 무겁지 않은 글타래와 일러스트에서 '마음'을 콕 집어 내는 명쾌함이 담겼다.

"우리의 삶에서 곧 사라질 존재들에게 마음에 에너지를 쏟는 것 역시 감정의 낭비다." p27

정말 마음에 와 닿지 않은가. 학연, 지연 기타 등등 '연'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우리에겐 이웃 혹은 회사에서 마주치는 그냥 스쳐지나 갈 인연들에게 꽤나 많은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건 '낭비'라고 단칼에 정리해보리는 저자의 단호함은 그저 멋져 부러다.

게다가 불편부당한 사회 속에서 개인이 갖는 차별과 상처로 인한 할 말들은 결국 쓰러져도 슬퍼도 울지 않는 자존감 높은 캔디가 되자는 말로 연결된다. 결국 저자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는 '너 자신을 알라'가 아닌가. 그런데 '너나 잘하세요'가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삶이란 결국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질 좋은 옷 한 벌을 찾는 일이다." p103

인생은 졸라 길고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 할 일 같은 건 열라 많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그닥 없기에 우리는 오늘도 무거운 어깨와 다리를 끌며 회사를 가야 한다. 그런데 힘들다고 하기 싫다고 징징거릴 게 아니라 그 졸라 긴 인생에 나한테 딱 맞는 '그것'을 찾아 살아 볼 만하다. 저자도 그러지 않던가. '삶의 모호함에 인생은 살아갈 때도 있지만 살아질 때도 있는 법'이라고.

"누구도 당신을 대신 지켜줄 수 없고, 견디기 버거운 희생은 자기 학대일 뿐이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고 조금은 무책임하도 된다. 책임감을 논하며 질식할 때까지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에게 무책임한 일은 없다." p147

예전에 법륜 스님이 그랬다. 회사가 힘들면 징징거리지 말라고 그냥 "안녕히 계세요."하고 나오면 그뿐이라고 선택은 네가 하는 거지 남이 해주는 게 아니라고. 얼마나 쿨한 선택법인가. 나도 그냥 "안녕히 계세요. 이 XX들아"하고 나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건 집에서 기다리는 토끼 같은 아내와 여우 같은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아직은 견딜만해서 일지도 모른다. 한데 점점 질식해져 가는 상황은 나를 방치하는 게 아닌지 한편으로는 염려스럽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은 애정과 사랑은 나누되 자신의 행복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니. 부디 다들 알아서 행복하자." p256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인생을 모아니면 도로 선택하는 인생을 강요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기로에 서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아닌 어떤 것을 더 견딜 수 없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아직은 견딜만해! 근데 그러다 질식해 죽으면 어쩌지? 아, 난 양가감정이 너무 심하다.

예전에 본방을 보고도 재방에 삼방까지 보던 드라마에서 성동일이 딸에게 "조금만 봐줘라.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그래"라며 이해를 구하는 장면이 있었다. 어찌나 마음을 흔들던지. 한데 그 드라마를 보기 훨씬 전부터 난 이미 아빠였음에도 아이들에게 엄격한 잣대로 다그치며 원래부터 아빠인 양 행세를 했다. 지금도 그러고 있고.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을지 말 안 해도 알만하다

이 책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거나 될 마음을 먹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성장 에세이 같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공감되는 글귀가 늘어난다. 게다가 나같이 어른인'척' 하는 사람은 뼈저린 후회도 부록으로 따라온다.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 필요한 부록이라는 건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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