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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청소년]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by 두목의진심 201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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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도서를 읽었다.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제목을 봤을 땐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줄 알았다. 두근두근 청춘 로맨스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다. '우수고' 에 낚였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자잘 자잘 한 고민과 그 안에 피는 사랑? 뭐 그런 가벼운 청춘물을 예상했는데 책장을 다 덮은 지금은 좀 멍하다. 아니 좀 놀랍다는 게 맞을까. 어쩌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희는 왜 화내지 않는 거야? 어째서?" 오자서의 이 외침이 그렇게 내 가슴에 박혔다. 작가가 외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회에 학교에 어른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장애가 있는 몸으로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체득한 아버지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위해 살아남는 법을  경멸의 시선으로 혹독하게 아들을 단련시킨다. 반면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할아버지는 정의와 인성을 손자에게 단련시킨다. 그 경계에서 오자서는 혼란과 분노와 알 수 없는 감정들에 휩싸인다. 이런 그가 벌인 일련의 사건으로 소위 말하는 '똥통' 학교로 강제전학을 가게 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협에 가까운 학원물쯤 보면 되려나?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만큼이나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학교에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이나 차별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된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부각된다. 어쨌거나 대한민국에 만연된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별, 갑질 등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적 차별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결국 열등감으로 폭력에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일들. 그리고 포기하는 삶들.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이 중요하게 주는 시사점은 학교 안에서는 공부 스트레스만 있는 게 아니며 그로 인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스트레스가 있으며 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 제공자는 교사일 수도 있으며 학교의 강압적인 규율이나 제도일 수도 있고 때론 열등감으로 인한 차별 혹은 폭력이 양산될 수 있으며, 무심하거나 혹은 알면서 방관하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학교만 열심히 다니면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무서우리만큼 정확한 시선으로 우리 모두에게 가하는 일침이며 아프고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대한 위로다.


"남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거라.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거로 된 거다. 왜 진즉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느냐고, 좋은 대학 나오지 않았느냐고 하지 말거라. 그런 신세가 된 건 네 잘못이니까 내가 널 함부로 대해로 된다는 식으로 굴지 말거라. 열심히 사는 사람을 모욕하지 마라. 러떻게든 하려고 하는 사람을 비웃지 마라."


"정직하고 성실하면 된다고 하지 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 마라.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고 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주제도 모르고 어떻게든 하려고 애쓰는 것들을 보고 그 노력은 가상하다고 하지 마라. 다 헛소리다. 위선이고 기만이다." 170쪽


"독종이라는 거 별거 아니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가. 보통 사람들은 꼭 해야만 하는 일도 회피하기 일쑤다. 독종은 그냥 한다. 이유고 뭐고 필요 없다. 해야 하면 그냥 하는거다. 그게 독종이다." 197쪽


"지호를 특별히 동정한 것도 아니었고 친해지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기계적으로 식판을 날라다 주었다. 때로는 휠체어를 밀어 주기도 했다. 기계적으로. 단지 기계적으로. '고마워' 그때마다 지호는 그렇게 말했다. 기계적인 말이 아니었다. 매일 몇 번이나 반복되는데도 그 말은 항상 사람의 말이었다. 그 웃음도. 나는 도와주는 기계였고, 그는 고맙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 차이를 나는 학교를 떠나오고서야 깨달았다." 225쪽

 

 

 

 


글 : 두목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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