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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낭독리뷰] 기나긴 청춘 -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by 두목의진심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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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을 포함한 헬조선이란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유독 마음이 쓰이는 제목이다. 주 배경이 프랑스지만 어른이 유예된 청춘들의 이야기야 어딘들 그러지 않겠는가. 표지는 즐비하게 주차된 차들 한가운데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유독 도드라진다. 비틀거리지나 않았으면 싶은데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은 우울하다.

 

오랜 시간 주 35시간 노동 효과를 연구한 프랑스 사회학자 장 비야르가 전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정체성에 포함된 함의가 궁금했다. 그는 더 이상 청년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기성세대처럼 평생직장을 꿈꾸는 연속성으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며 현대는 단속성의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32쪽

 

 

그는 과거 통계 자료를 토대로 개인 노동시간의 변화, 여가에 따른 산업의 변화 나아가 가족 구성도 변화된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수명 연장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수명이 길어진 데다 더 적게 일하면서도 사람들은 늘 시간이 부족하고 삶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왤까? 그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들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욕심이 과하다는 게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10퍼센트에 불과한 근무 시간이 남은 90퍼센트의 비노동 시간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33쪽

 

그는 점점 수명이 연장되는 시대에 노동은 10% 정도의 수준이 되었고 나머지 90%는 순간순간 새로운 모험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은 삶의 중요한 영역일 뿐 과거와 같이 전부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갑자기 내 인생에 우울감이 파고든다. 고작 10%의 노동 때문에 이렇게 매 순간이 지치고 피로하고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기분은 뭘로 설명해야 할까? 90%의 시간이 10%의 노동에 잠식당한 이 황당한 일들을.

 

52쪽

 

 

저자는 노동시간에 따른 다양한 구체적 혹은 추상적 논리를 통해 늘어난 여가 시간 활용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도 지적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안정적 삶보다는 유동적 삶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 점은 한국과 인식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80%를 차지하는 프랑스와는 다르게 한국은 정규직에 목숨 거는 현실을 보자면 안정적인 삶을 선호하는 것이지 않을까?

 

관련해 저자는 청년들 역시 사회적 진입에 필요한 교육 시간이 길어짐과 동시에 취업과 결혼의 시기가 연쇄적으로 늘어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10년 이상 길어졌다고 하면서 청년에 대한 보편적 청년 수당을 비롯한 5가지 법적 사회적 지위를 제안한다.

 

58쪽

 

 

이 책은 짧은 논문이라 해도 좋을 만큼 청년 세대를 읽어낼 수 있는 유용한 지표를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서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삶의 형태가 유동적으로 변화됨에 따라 어떻게 하면 공공정책 개발을 비롯 법적 지위 부여 등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을 함께 고민할 것을 권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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