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모델>은 정말 흥미롭다. 경영서이면서도 딱딱한 설명 형식이 아닌 이야기 형식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든다. 이게 혁명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일본 효고 현립대 경영대 교수 가와카미 마사나오 교수가 자신이 직접 정리한 <하이브리드 프레임>을 기초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혁신하는 방법에 대해 기술한다.
'비즈니스 플랜'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는 과연 뭘까? 이런 궁금증을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플랜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의하고 모델은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정의한다." 34-35쪽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상품과 가치라니. 엄청난 차이다. 읽다가 갑자기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사회복지로 끌어들일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찌해야 하는지 아직은 감도 안 잡히지만 이런 이론적 내용이 분명 사회복지의 '가치'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나 할까? 암튼 몰입하게 만들며 어렵다고 느끼는 경영에 한발 다가서게 만들고 있다.
"청소라는 키워드는 같은데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제품을 선택했다. 그것은 두 가지의 가치 제안이 전혀 달라서 그 가치 제안이 맞아떨어진 고객도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64쪽
저자는 이 책에서는 '하이브리드 프레임'을 포함한 설명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프레임의 9개의 셀을 다 채울 수 있다면 중소기업이라도 대기업과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으며 하물며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에는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의 흐름이나 고객의 가치판단 등 다양한 경제적 이론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두운 방 안에서 더듬거리며 문고리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뭔가 머리에서 그려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런 이론적 새로움을 사회복지 현장에 적용할 방법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친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어른인 건 아니잖아요."
회사의 회생을 책임진 스도와 모멘텀 프로젝트 팀의 연구회의 결과가 자문을 해주는 가타세 교수의 '참담하다'는 평가를 받고 이리저리 하이브리드 프레임에 맞춰 고민한다. 밤을 새우면서 연구하고 제품이 점점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개발비 지원은 없다"는 회사의 통보는 이들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 팀 리더인 스도는 자문을 통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 애쓴다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에 이상하리만치 빠져든다. 드라마 '미생'같은 걸 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뭘까? 경영서를 읽으며 뜬금없는 인문서의 느낌을 받는 이유는. 경영이라는 국한된 주제는 '리더의 자질'이나 '경영 기법' 혹은 '성공에 대한 마인드 설정' 같은 자기 계발서라 여겼는데 이 책 <모델>은 오히려 인문서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살면서 숱한 고비를 맞고 그 고비를 통해 결정되는 삶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다양한 기업 사례를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경영 기법에 접목되어 독자의 인생 경영에 관여한다.
이 말은 비단 경영에 국한된 말은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계획되고 수차례 아니 어쩌면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처럼 인생도 넘어지고 깨지고 아프고 힘겨운 고비를 넘기며 점점 어른으로 만들어지는 게 이닌가 싶다. "아빠도 처음부터 아빠는 아니었다"라는 어느 중년 아빠의 고백처럼 우린 처음부터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경영서에서 깨닫는 것은 생소하지만 재밌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론들을 처음 들어보지만 가타세 교수와 스도의 대화를 보고 있자면 나도 어느새 수업을 경청하고 있는 경영학도가 된듯할 정도다.
'과잉 만족 이론', '솔루션 커버리지', '과금 커버리지'나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가 새로운 프레임으로 이익을 챙긴 일화, 코스트코, 유니클로의 경영 프레임이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포켓몬, 라인, 카카오 등의 게임으로 풀어가는 이익의 극대화는 경영을 잘 모르는 나도 이해가 쉽게 된다.
"스펙을 높여서 가격을 올리지만, 고객은 누구도 이에 관심이 없다. 반면 낮은 스펙이지만 편리한 상품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쏠린다." 235쪽
"과잉 만족" 이론이다. 이 내용을 읽다가 좀 놀랐는데 현대의 입사 스펙 경쟁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죽자 사자 스펙을 쌓았지만 그만그만한 경쟁자들 사이에 특별히 드러나는 점이 없어 눈길을 받지 못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특징적인 능력이 있다면 다양한 스펙이 아니어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 바꿔 읽혔다. 이 책은 분명 경영서다. 하지만 어느 소설 못지않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새로운 혁신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딱딱한 경영서나 자기 계발서에 지쳤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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