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동명 만화가 이미 유명세를 탔다는 것도, 이미 드라마로 유명세를 탔다는 것도 다 몰랐다. 그저 배우 김승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이 영화를 각색했다는 것을 알았을 정도. 어쨌거나 묘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가 오래전부터 궁금했었다. 영화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함, 소소함, 누구에게나 가슴 한켠에 아픔이나 후회 같은 것들을 담고 있음을 일러준다.
<심야식당>의 영업시간은 왜 12시부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한켠에 큼지막한 칼자국을 지니고 카리스마와 너그러움을 동시에 지닌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의 과거 역시 궁금해지면서 이 영화가 좀 더 재미있어졌다. 하루 일과를 마치는 12시, 자정은 마스타의 과거를 묻지 않는 것처럼 각자의 과거를 묻지 않고 새로운 시간을 의미한다. <심야식당>에 모인 이들만의 새로운 시간이 열림을 의미한다. 그 안에는 지위도 명예도 돈도 아무 상관없이 그저 지친 몸과 마음을 맛있는 음식과 소소한 수다스러운 행복이 있다. 삼류조폭에서 유명 요정마담, 스트립 걸, 월급쟁이 노처녀들, 무전취식녀, 영업사원, 부동산업자 세컨드까지 다양한 군상이 빚어내는 삶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 또한 <심야식당> 한쪽 구석에 한자리 잡고 앉아 있는 것처럼 푹 빠져든다.
영화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의 세 가지 시퀀스로 나누어 각각의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시퀀스라 할 수 있는 "의문의 납골함"까지. 마스터가 중심이지만 <심야식당>의 주변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이야기와 진지한 코미디는 크게 과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잘 표현되고 있다. 현대의 개인주의적 상징인 도심(도쿄) 한 복판에 자정이면 타인에서 이웃으로 변화가 시작되는 <심야식당>을 떡하니 만들어 놓은 감독의 속내가 의미심장하다. "도쿄 역시 촌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 기죽지 말라"고 미치루(타베 미카코)에게 무심히 이야기하는 경찰 코구레(오다기리 조)의 말은 부적응에 대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주목하게 만드는 것은 재해로 인해 나빠지는 인간들의 모습과 여전히 위로가 필요하다는 후쿠오카 원전사고를 통한 상실의 아픔을 겐조(츠츠이 미치타카)를 통해 조용하지만 깊이있게 성찰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잘못를 씻기 위해 봉사에 나선 아케미(키쿠치 아케코)를 통해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마스터를 통해 위로한다. 너무 자신을 다그치지 말라고 말이다. <심야식당>의 백미는 마스터의 요리다. 누구든 요리를 말하면 할 수 있는 요리라면 최선을 다해 만들어 주는 것은 누구든지 어떤 말이든 다 들어준다는 의미와도 닿아있다. 근데 계란말이가 백미인 듯. 많은 공간도 아니고 좁은 골목의 <심야식당>이 대부분인 장면에서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낀 듯 하다. 좋다. 이 영화.
글 : 두목
이미지 : 구글 영화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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