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 120분에 걸친 이 영화의 본질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2015년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고 공권력과 큰집의 눈치만 보는 이들로 진실은 덮혀야만 하는. 우리는 이 영화가 용산 대참사라는건 다 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달라고 관객에게 사정하고 있다. 2013년에 만들어진 이 아름다운 영화가 2년이나 지나 조용히 상영되고 있다. 그것도 너무 조용히. 그런데도 이 영화가 사실이 아닐까.
철거현장에서 두 사람이 죽었다. 한명은 철거민의 아들이고 한명은 경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소수의견>은 그저 진실이 무엇인지 국가에 조용히 묻는다. 대답하라고. 제발 덮지만 말고 진실을 이야기 해달라고. 법과 정의는 그래야 한다고. 쌍용자동차, 용산대참사, 천암함, 세월호 그리고 국정원 해킹까지 사건은 끊임없이 만들어주며 국민들에게 공분과 실망과 허탈함을 주는 국가는 진실을 덮기만 한다. 이런 시기에 이 영화의 울림은 남다르다. 영화에는 가슴에 남는 대사가 많다. 절절하게 공감되고 분노하고 허탈하게 만드는. "물집은 때가되면 자연히 터진다. 그때까지 기다려라. 괜히 짜지 말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 위에 거즈를 덮고 터트린다. 시간이 지나 터졌겠거니 하던 국민은 이미 흔적조차 사라진 물집 자국을 보며 그런게 있었나?하고 지나친다. 과연 기다려야 할까? "국가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을 하고 누군가는 봉사를 해야한다." 그렇다면 국가는 국민에게 뭘해야 하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나 했을까.
등장인물들의 특권의식은 모두 같다. 검찰이나 변호사, 자신만 진실을 말할 수 있다고 떠벌이는 기자까지. 하지만 여기에 "진실"이라는 양념을 넣었을 때 달라지는 검찰과 기준미달의 변호사 이야기는 강한 울림이 있다. 난 뭘 기대했을까. 마지막 변론을 마친 그들의 소수의견의 판사의 정의를 일깨워 조금이나 진실을 옹호하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법원 역시 국가의 편에 서 버린 장면에는 공분하기 보다 그냥 허탈해 욕도 나오지 않았다. 영화 역시 퇴장하는 판사를 향해 방청객들의 야유와 욕들을 묵음처리 한 이유도 같은 심정이었을테다.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임에도 묵살되고 진실은 공권력에 묻이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묵직하게 울림이 있는 멋진, 아니 아름다운 영화다.
피고인 아니 살인자 박재호(이경영)가 말한다. "해 줄 말이 그게 답니까? 정말 그게 다예요?"
얄밉고 싸대기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온화한 미소와 낮은 목소리로 검찰변론자로 나선 오연하가 이번 영화의 씬스틸러일지도.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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