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봤네요. 이 놈의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슈퍼 히어로들이 서울 테헤란로와 마포, 청량리 어디께쯤 모여 촬영을 한다고 난리법썩을 떨더니 종국에는 30억을 토해내야 한다는 해괴한 영화진흥을 위한 문화론에 맞딱뜨렸음에도 예매율이 90%를 넘어 섰다는 기사를 접했을때는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 놈의 봄 여행주간인지 뭔지때문에 칭얼대는 꼬맹이 녀석을 이길 수 없었네요. 히어로보다 더 무시무시한 녀석이 우리 집에 있었습니다. ^^;
영화는 솔직히 평점이 높은 이유는 상영관 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찾은 야탑CGV도 이 영화뿐이네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요. 반면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할 열광적인 이유를 찾기가 좀 거시기하네요. 여전히 쎈 아이들을 모두 모아놨으니 스케일을 말할 필요도 없을 지경입니다. 거기다 기존 아이들도 대단한데 퀵 실버, 매력적인 스칼렛 위치에 비전, 울트론 까지 가세하니 장난아닐 수 밖에요. 뭐 자비스까지 끼어들려고 하니 말 다했죠. 비주얼이나 때려부수는 장면의 스펙타클함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호크아이가 스칼렛 위치에게 "늘상하는 '일(Job)'"이라고 표현하는 세상 구하기에 씐나게 세상을 때려부수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그래도 <인류>라는 진지함을 포장한 서사적인 내용을 집어 넣으려 고민한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소코피아를 통째로 들어 올린 다음 떨어뜨려 지구를 멸망케 한 후 인류의 진화를 이루려는 울트론에 맞서는 어벤져스의 활약상은 지들은 "여기서 죽더라도 한 사람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캡틴 아메리카의 멋진 말로 히어로인 자신들의 직업을 철저히 수행하려는 태도를 보면서 이번 에피소드에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토니 스타크의 세상을 지가 아니면 지킬 수 없다는 미국식 영웅 놀이로 탄생한 <울트론>의 자기 분화는 악당을 만들어 내야하는 마블로서는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구요. 토니에게 찾아볼 수 없는 윤리의식을 바른 생활 사나이인 캡틴이 일갈을 날리지만 어쨌거나 뭉쳐야 이긴다는 논리로 스타크의 행동을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건 맘에 안드네요. 어찌보면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핵심은 울트론의 또다른 자아인 비전의 선을 위한 선택적 행동이나 히어로들의 내적 자아를 스칼렛 위치의 환각으로 드러내며 세계 평화라든지, 인류애라든지 하는 것들을 포함한 인간 존재에 대한 자기성찰을 보여주는 장면은 약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네요. 산만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촬영된 곳들도 새빛 둥둥섬을 제외하면 동양의 어디쯤으로 생각될 뿐이지 한국의 거리라고 느껴질만큼 독특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거리가 독특한 문화로 드러나는 반면 우리나라의 거리, 특히 청량리의 낡은 아파트는 중국의 뒷골목이 연상되면서 우리나라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영화 속 거리나 건물들이 한국의이라는 생각을 갖기에는 좀 무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장면 속 거리나 건물은 그렇다치더라도 얼마 전 뤽 베송의 <루시>에 최민식이 비중있게 나왔다는 소리에 관심을 가진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실망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낯은 익지만 잘 몰랐던 한국배우 수현이 보다 훨씬 비중있게 역할을 소화해내는게 깜짝 놀랐네요. 암튼 소문난 잔치에 먹을꺼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지막 쿠키는 시종일관 헐크와 블랙 위도우의 러브러브를 조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 감독
- 조스 웨던
-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 정보
-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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