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않은 제목에 끌렸다. 주례사는 원래 머리에 듬성듬성 백발이 내려앉은 나이 지긋한 어른이 자기 삶을 비춰 이제 막 하나로 묶여 달뜬 이들에게 인생은 지금처럼 찰나의 시간도 억겁의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사는 건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걸 가르침의 시간이 아니었던가. 대체로 고리타분하면서 얼굴 벗겨질 정도로 하품이 끊이질 않는 시간이기도 한. 근데 엄마가 딸에게 그런 짓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아, 주례사 하는 엄마도 그런데 쓰고 그린 두 작가의 제주도 이민자라는 게 더 마음을 흔든다. 제주도는 언제 들어도 그리 마음을 흔드는 마법이 있다.
쉰 중반에 썼다는 작가의 글을 딱 그 나이에 읽는다. 혼자 있는 외로움보다 둘이 있을 때 외로움이 더 시리다, 는 작가의 말이 거세게 흔들더니 왈칵 눈물이 솟았다. 난 결혼을 앞둔 딸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런 시기가 될 딸이 있는 아빠지만 딸이 아니라 내가 위로받으면 어쩌지 싶다.
"네가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때 포기하면 안 되는 한 가지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네 꿈을 인정해 주는 남자여야 한다고 대답할 거야. 꿈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너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는 것이고, 네가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거니까." 65쪽, 결혼할 남자, 이것만은 포기하지 마
구구절절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제 스물하나, 아직은 꿈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딸이지만 앞으로 결혼할 시기가 온다면 꼭 해줘야겠다, 다짐하며 메모한다.
그리고 우리는 왜 소중한 것보다 바쁜 것을 먼저 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는 작가의 말에 눈이 멈췄다.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이 휑 해지는 기분. 일 때문에 2달을 떨어져 지내다 다시 만났던 딸이 엄마 뒤로 숨던 모습이 빠르게 스친다. 내가 바쁘다고 동동거리다 놓쳤던 소중한 건 뭐였을까, 시간이 멈췄다.
"무슨 일이든 혼자 완벽하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힘들면 힘들다고 툭 터놓고 얘기하는 게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165쪽, 결혼의 환상과 현실 사이
한편으로는 딸에게 주는 조언이다 싶다가도, 내 아내의 고단함을 몰라 주면 안 된다는 충고처럼 가슴 깊게 박히는 문장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시집 식구들과 지내는 일이 '하루하루가 두 팔 들고 벌을 서는 것 같더라' 라는 작가의 고백은 언젠가 '아무리 어머니가 잘해 준다 해도 시월드는 시월드야' 라던 아내 말로 새삼 시집 살이의 고단함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렇게 작가는 곳곳에서 조곤조곤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끝으로 만리까지 가는 향기를 전하다, 니 작가의 다정함에 스며들 수밖에. 언제고 제주 글스테이에 머물고 싶어진다.
딸에게, 아니 그전에 아내에게도 권하고픈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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