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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런던의 마지막 서점

by 두목의진심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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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 책은, 과연 제대로 집중하고 나니 그레이스가 도저히 벗어날 틈을 주지 않았다." 153쪽

 

그레이스에겐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그랬고, 지금 이 순간은 이 책이 날 그렇게, 벗어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러다 날밤을 샐지도 모른다.

 

백화점에서 일하기 위해 추천서가 필요했던 그레이스에게 프림로즈 힐 서점은 6개월이라는 한시적 보조 점원에서 애착 가득한 사랑스러운 공간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희망의 등대로 낭독의 공간으로 버티며 런던의 마지막 서점을 넘어 에번스 앤 버넷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는 읽는 내내 심장을 뛰게 한다.

 

"소리 내서요?"
"부탁해요."

 

독일 나치의 무자비한 공습이 이어지는 순간, 서점과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피소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여야 했던 순간이기도 했던 그 순간, 그레이스는 눈으로 읽던 책을 소리 내서 읽어야 했던 장면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어쩌면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어야 했지만 소설 속 로맨스일지라도 이들에겐 이 순간 사랑은 삶이고 희망일지 모른다. 그래서 더 울컥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 한 번도 펴지 않은 새 책에서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난다, 거나 마치 비밀스러운 세상이 이제 막 드러나려는 고대의 문 같다, 는 그레이스의 표현이 얼마나 가슴을 흔들었는지 모른다. 어디 새 책만 그러하겠는가, 새 책 헌 책 가리지 않고 세상 모든 책이 그럴 것이다!

 

282쪽

 

그리고 조지, 오 그와 그레이스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나를 발견한다. 전쟁의 포화 따위는 잊길 바라듯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세계는 하나, 가 아니었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늘 위로 포화를 퍼붓는 요즘, 이 책은 전율이 된다. 러시아의 만행을 용서하면 안 되고 푸틴은 히틀러와 동급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인류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며 반성해야 한다.

 

이 책 속에는 '누가 뭐라 해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다' 거나 '분노는 상처를 감추기 위한 도구' 라던가, '때로 상실과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도전에 맞설 용기 또한 여기에 있다' 라는 불시에 몰아닥친 불행 앞에 책 한 권이 주는 용기와 희망을 깨닫게 한다.

 

도무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 못할 지경으로 푹 빠져들었다.

 

440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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