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하다. 뭘 팔아야 하는 영업이나 잘 팔리게 기획해야 하는 마케터도 아닌데 요상하게도 '잘 판다'라는 말이나 '마케팅'이란 제목만 눈에 띄면 읽어보고 싶어 안달복달한다. 전생에 못 팔다 죽은 거상이었을까나?
어쨌든 방송과 OTT 분야에서 활약하는 현역들이 썼다니 더 궁금하다. 심지어 드라마 예능을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것만 뿌리고 싸대는 쓰레기 같은 시장에서 시청자에 유익한 다정하고 무해하다니 얼마나 기특한가. 한데 개인적으로 보도 듣도 못한 콘텐츠에 등장하는 4MC 중 둘은 비호감이고 둘은 모른다. 이를 어쩔!
시청자가 아닌 공급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방향을 틀었다,는 채 과장의 소회에 그동안 복지관에서 여러 복지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이용인의 입장이 아닌 복지사 입장에서 만들어 왔음을 새삼 상기한다. 우리도 이젠 '누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할까?'를 고민할 시기다.
그리고 이어진 옥 피디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콘텐츠 제작, 의 다짐은 사실 내가 다름에 대한 몰이해를 자주 경험하는 당사자인 탓에 뭉클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확 위로받았다.
TV도 유선 채널도 없이 딱 공중파 방송만 고집하고 유튜브도 딱히 콘텐츠 유람은 하지 않고 무한 수면을 위해 광고 없는 음악만 듣는 수준이라 <고막메이트>를 알 턱이 없었는데 읽다 말고 서둘러 10화, 11화를 찾고 있다. 나도 채 과장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따뜻한 눈빛 하나로, 친절한 말 한마디로 꽁꽁 얼어 있는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원할 때 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주는 것. 그 방법은 상대방이 원하는 공감의 방식일 것. 그것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방법이라는 걸 말이다." 139쪽, 상대방이 원하는 공감의 방식
시청자의 입장에서 다정하고 무해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라는 말이 자신들의 공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기억이고 경험이며 아픔에 대한 치유이자 공감 방식의 깨달음이 아닐까.
53세. 딱 지금 내 나이에 아빠를 잃었다는 옥 피디의 사연과 에피소드에 달린 댓글에 이를 악물었던 울컥함이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고개를 들어야 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죽은 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남은 자에 대한 위로다. 유쾌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피해야 할 이야기는 더더구나 아니다. 그래서 난 이 에피소드가 좋다.
이들이 추구하는 <고막메이트>란 콘텐츠의 가치는 위로와 공감의 연대다. 타인을 비방하면서 친해지고 나아가 혐오를 '우리'라는 힘 뒤에 숨는 것이 아닌 다양한 취향의 시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를 넘어 위로와 공감을 섬세하게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한다, 는 이야기가 뭉클하기까지 하다. 이런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한 시즌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길 바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가는데로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 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0) | 2022.05.06 |
---|---|
[소설] 런던의 마지막 서점 (0) | 2022.05.02 |
[에세이] 깊은 밤을 건너온 너에게 - 여백을 담는 일상의 빛깔 (0) | 2022.04.27 |
[에세이] 기분 좋아지는 책 (0) | 2022.04.26 |
[인문] 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0) | 2022.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