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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3

[소설] 탑의 시간 작가의 전작 를 읽었다. 그곳에도 연이 있었던가? 왠지 익숙한 이름이다. 그의 작품엔 독특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말로 하기엔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짙은 우울이거나 진한 회색처럼 더 이상 침잠할 바닥이 없는 곳까지 내리 꽂힐 느낌. 어쩌면 아릿함. 인물의 이름도 외자로 낯선 이를 무심히 부르듯 툭툭 던지듯 불려진다. 아무튼 묘한 매력이 넘치는 그만의 작품 세계가 있다.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연과 그의 관계가 궁금증을 더한다. 소민지의 온도와 햇빛, 바람 그리고 감정은 너무 아쉬움을 동반한다. 아, 연의 것이어야 할 목걸이가 특별함으로 포장되어 희의 목에 걸리다니. 흥분돼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근데 사람은 변하니까 그게 가능해요. 빨리 변하면 돼.. 2021. 1. 5.
[현대문학/시] 우리는 미화되었다 시인을 몰라뵀다. 댓글도 시가 되고 있었음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기사에 답답하고 시에 먹먹해지기를 반복했다. 제기랄. 한국이란 공간과 21세기라는 시간과 자본주의라는 이념은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떤 콜라보를 이뤄내고 있는지 가늠이 안 된다. 지금 정신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의 전작도 매우 궁금해졌다. 툭하고 터졌다. 오십 넘은 처지에 많아진 거라곤 뱃살과 주름과 눈물이 고작인데 그중 눈물이란 놈은 참 시도 때도 없다. 고작 '세상이 기울고'라는 꾹꾹 밟아 적은 문장에 등골을 따라 한기가 소름을 돋운다. 기어이 눈물을 뽑는다.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을 말을 앞세우며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어디로도 가지 않고 우리의 사랑이 거기 머물러 있기를 바라며 삼 년째 안개 같은 봄날 두 번 다시 듣고.. 2020. 11. 20.
[추리/소설]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는 도대체 숨 쉴 틈을 안 준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엄청난 양의 소설을 단편 하나쯤 읽는 것처럼 단숨에 읽게 만든다. 덕분에 눈은 흐릿해지고 충혈이 되었지만 말이다. 미스터리 추리물임에도 엄청난 추리를 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뭔가 있을 법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대로 하쿠로와 가에다를 따라가며 '비너스' 존재를 찾으면 된다. 비너스의 존재, 그것도 위험하다고 미리 알려준 비너스의 존재가 무엇인지 꽤나 궁금했다. '미인인데다가 육감적인 몸을 가진 가에다가 비너스일까?'라는 의심을 하다가 '분명해, 가에다야'라는 확신이 들 때쯤 비너스의 존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반전일까? 이것이? 어쩌면 약간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정체를 드러내버린, 아니면 내가 허수룩하게 추리를 이어.. 2017.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