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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에세이3

[에세이] 쓴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우는 책,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입니다. 쓸모는 모르겠고 쓰는 건 좋아하는지라 쓸만한 것을 찾을만한 선구안이라도 배울까 싶어 덜컥 집어 들었다. 그러다 작가 소갤 읽다는데 눈에 읽은 제목이 있다. 아, 을 읽고 그의 세심한 감성에 한껏 취했던 시간을 기억해 냈다. 책을 쓰고, 만들고, 파는 1인 출판사이자 서점 을 운영하는 작가 김민섭의 책이다. 보잘것없거나 무용해 보이는 대상에도 이야기가 함께 하면 가치 있는 일이 된다는 그의 쓸 만한 삶과 태도가 담겨있다. 그러면서 그의 전작들을 회자하며 작가로 살기까지의 우여곡절에 그간 해왔던 마음 부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덧붙여보자면 평가하는 자와 평가 받는 자, 작가와 쓰는 이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그리고 읽다 보면 그의 경험이 나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모뎀의 경.. 2023. 9. 9.
[에세이] 우정 도둑 -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우정에 도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읽는 순간 마음이라도 털릴까 싶어 더 궁금해졌을지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서로에게서 몰래 훔친다는, 그것이 우정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지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40년 지기 친구들이 떠오르고 살짝 얼굴이 달아 올랐다. 어쩌면 우린 서로의 마음을 훔친 우정 도둑이었을지도. 작가는 그의 일상과 시간과 공간과 사람 사이를 저공 비행하듯 넘나들며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낮게 나는지 음소거 된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고 조용하다. 그리고 약간의 우울감이 느껴져 편안해진다. 담담한 문체 속에 눈에 박히는 구절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라든가 '아직도'가 아니라 '이제야' 찾은 삶일 텐데도, 그.. 2023. 6. 2.
[에세이] 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 마음먹은 대로 될 턱이 없음을 알기에 안달복달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고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딸아이가 정시 원서를 내놓고서 지원자 수를 지켜보면서 한숨과 자책을 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은 퇴근한 아빠에게 전문대에도 혹시 모르니 원서를 써야 할 것 같다면서 그렁한 눈을 맞춘다. 시험을 망친 탓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얼굴이 다 뒤집어질 정도로 아토피가 재발했다. 녀석은 제 속도 말이 아닐 텐데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보태져 하루가 지옥일 게 뻔하다. 이제 20년 인생에 1년은 별거 아니고 낭비한 것도 아니라서 천천히 하고 싶은 걸 찾아봐도 된다, 고 했지만 딸아이의 인생에 대학은 어떤 의미일지 속단할 수 없으.. 2022.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