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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3

[비와 당신의 이야기] 기적을 기다리는 영화 "이건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대놓고 기다림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기적을 기다리는 영화다. 90년, 2000년대 초 LP라든지 헌책방, 손편지, 청군, 백군 운동회 등 아날로그의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 나는 장치를 통해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어딘지 모를 뭉클한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웃어도 외로워 보이는 영호(강하늘)를 마음에 둔 수진(강소라)은 저돌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지만 영호는 초등학교 운동회날 엎어져 속상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알아주었던 잠시 스치듯 만났던 소연(원지우)을 잊지 못한다. 그런 영호는 수소문 끝에 소연에게 편지를 쓰고 그 편지는 언니 소연의 병시중을 들고 있는 소희(천우희)에게 전해진다. 병상에 있는 언니에게 신선함을 주고 싶었던 소희는 언니를 대신해 편지를 주고.. 2021. 5. 30.
[에세이/낭독리뷰] 나 아직 안 죽었다 -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 '나 아직 안 죽었다'라니, 남자의 가오를 보란 듯 보여주려는 건가 싶을 만큼 제목이 확 잡아 끈다. 그러다 아주 잠시 '나는?' 싶었다. 사실 나는 내가 386세댄지 X세댄지 어디에 다릴 걸쳐 놔야 하는지 잘 모른다. 70년 생인 나는 X세대 아그들이 "조크든요!"를 외칠 때, 싸가지 없다고 욕을 해대던 기억이 있는 걸로 봐서는 X세대는 아니고. 그렇다고 386도 아니지 싶은데 그럼 낀낀낀 세댄가? 우옜든 세대 구분도 못하고 그냥 막살았나 싶어 당혹스럽다. ​ 근데 저자보다 꼴랑 4년 더 살았을 뿐인데 세대 구분도 못하는 게 막 부끄러워질 찰나 겁나 부러워졌다. 회사를 다님서도 책을 세 권이나 냈다니. 그래서 그는 죽지 않았다지만 별 볼일 없는 난 죽었다. 그것도 아주 바닥까지. 친구가 그랬다. 인간 .. 2021. 4. 21.
[21-005/라스트 레터] 어느 한 장면도 허투루 감정을 소모하게 하지 않는 이제는 기억도 가물한 러브 레터의 감성이 그리워 반갑기만 한 제목이었다. 실험적이었을까? 같은 영화를 일본과 중국을 배경으로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섬세함이 어딘들 다를까 싶지만. 영화는 '지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통곡이나 왁자지껄한 죽음이 아닌 조용한 상실에서 그리고 초대된 지난의 자리에 지후아(저우쉰)의 기억이 시작된다. 우연히 첫사랑 인추안(진호)과의 재회에서 지후아는 지난으로 편지를 쓴다. 영화는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닿지 못했던 애잔한 사랑의 기억을 털어낸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아픔을 '그랬다면'이란 후회나 아쉬움이 아닌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었을 거라 믿게 만든다. 갑자기 증발한 지난을 그리워하며 인추안이 썼던 소설은 되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만들고, 지난.. 2021.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