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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2

[에세이] 함부로 위로하지 말 것을. 역경이 싸대기를 날려도 나는 씨익 웃는다 팔팔하던 스무 살에 느닷없이 목이 부러져 사경을 헤매다 요만큼이라도 사는 맛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제목이 좀 뻔했다. 역경이란 단어가 눈에 꽂혀, 누가 인생 좀 고달파져 이러쿵저러쿵 일장연설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거기다 왠지 거칠지 못한 사람이 거칠어 보이려 애쓴 것 같기도 하고 또 재치 있는 라임이 살아 있는 말장난이 되려 더 씁쓸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뻔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었던 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덩달아 웃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르고. 훈남에 팔방미인이라는 작가 본인을 비롯한 가족사는 듣기만 해도 급피로에 우울감이 전해졌다. 이렇게 재난에 가까운 일들에 무너지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마음 근육은 도대체 얼마나 두꺼울까 싶다. 기분이 묘하다. 내 마음 근육은 습자지 정도가 .. 2023. 6. 17.
[에세이] 아직 슬퍼하긴 일러요 -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_ 공평한 위로 이르다, 니. 작가 소개를 읽으며 이르긴 커녕 이미 태풍 한가운데서 주야장천 버티는 중인데? 싶었다. 그러다 문득 고단한 그의 삶이 무심한 세상에서 소비돼버리는 일들을 이르는 건(왜 있잖은가, 가벼운 고자질 같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후… 당연한 것들에 의심을, 품어야 하지 않냐며 써 내려간 그의 프롤로그를 읽는데 왜 이리 마음이 뻐근해지는지 모르겠다. 아니, 헛헛한 건가? 무표정하게 그리고 엄청스레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에는 감정의 부스러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암이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 오는 게 아니, 라는 그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보탠다. 질병도 장애도 각자에겐 다 다르다. 와,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금세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길 반복해서 읽어내기가 힘들다. 심한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코를 훌.. 2022.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