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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4

[에세이] 학대 그리고 우울로 점철된 - 모든 계절의 흔적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 봐주면 어떻겠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험담이라 했다. 가정폭력은 경험하지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영역이었다. 이런 내게 알리고 싶어 했던 그의 이야기는 뭘까 싶었다. 흥미보다는 궁금했달까. 가해자에게 집중되는 세상에서 피해자가 오롯이 고통을 버텨내야 결국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을 담담히 적어 낸다. 마치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 무심히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되려 더 상처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어설픈 오지랖이 발동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 생존자로 분류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묵직하게 내리 눌렀다. 일상적으로 벌어진 폭력과 학대를 다소 격양된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담담히 짧게 적어 내려가는 작가의 글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도대체'였다. 도대체.. 2024. 2. 16.
[에세이] 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그가 로고테라피 창시자, 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가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 의학과 심리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상의 상황을 희망하지 않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 한 그의 수용소 이야기를 조금 알고 있는 정도다. 그의 자전적 기록, 그렇다고 일기라고 하기엔 결이 좀 다른데 어쨌거나 그의 솔직한 생각들이 담겼다. 로고테라피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그의 유년 시절부터 수용소에서 버텨낸 고통스러운 시기 그리고 집필과 왕성한 강연을 이어간 노년까지의 일들을 무겁지 않게 가볍게 담아냈다. 인간이 극한의 고통에 내쳐진다 해도 '극복할 가능성'을 버려선 안 된다는, 그래서 고통이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존재.. 2022. 1. 11.
[인물/경영] 팀 쿡 -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표지에서 전해지는 그의 첫인상은 꽉 다문 입에서 '난 잡스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플의 전설을 넘어 4차 산업 혁명이 가능하게 만든 스티브 잡스 사후 천재를 '대신'할 애플의 수장으로서의 그에 대한 호의적이지 않은 기사를 종종 봤기 때문이었을까. 잡스의 병세가 악화되던 시기에 거함 애플 호의 항해를 맡은 선장으로 두 번의 실전 테스트를 거쳤다는 경험만으로 과연 팀 쿡은 수장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쿡의 존재를 잘 몰랐던 내게 그는 애플의 종말을 뒤집어쓰고 총대를 매는 사람쯤으로 생각했다. 한데 책을 읽다 보니 뼛속까지 애플의 사람이었던 조너선 아이브나 스콧 포스톨 등 여러 인물들을 제치고 그가 수장이 된 이유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그가 CEO로 첫 발을 .. 2019. 5. 21.
[문학/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 - 무엇을 시작하든 끝장을 보는 사람, 이재명 첫 자전적 에세이 "희망과 시련은 늘 함께 다닌다. 하지만 시련의 역할은 사람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강도와 절실함을 시험하는 것이다." p26쪽 단호함이 묻어나는 제목이 끌린다. 남들 다 안 하겠다고, 못하겠다고 하는데 난 하겠다는 의미일까? 어쨌거나 자전적 에세이가 다 그렇듯 자신의 이야기가 특별함을 담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미 제목에서 한점 먹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저자는 현직 성남 시장으로 자신의 과거를 밝히기 꺼릴만한데 불편한 가족사에서부터 자신의 장애에 얽힌 내용도 담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나름의 강렬함을 끌어내기 위해 아버지와 셋째 형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게 아닌가 싶다. 가족을 내팽개치고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소회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라는 다짐이, .. 2017.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