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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3

[소설] 고스트 라이터 어떤 소식들은 반창고를 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짧고 퉁명스럽게. 잠시 따끔거리다 이내 사라져버리는 통증, 처럼. 부랴부랴 옮겨 적는다.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는 표현치고 이것처럼 멋진 표현이 있을까. 그렇게 감탄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십 년을 공들여야 만들어질 이야기를 석 달 만에 만들어 내야 하는 뇌종양을 머리에 담은 작가라는 설정부터 헷갈렸다. 소설인가? 원래 까칠한 스타 작가가 더 까칠하게 자신의 은퇴를 말한다. 그리고 신간은 자신이 은퇴 후 베스트셀러 제조기인 최고의 에디터에게 편집을 맡기라 한다. 그런데 그 에디터는 로맨스를 써내는 그의 작품에 관심이 없을 것, 이라고 그의 대리인은 예측한다. 이 사람이 왜 이럴까? 대리인의 상상력이 동원된다. ​아! 얕은 탄성이 났.. 2022. 12. 1.
[소설/낭독리뷰] 우리가 원했던 것들 처음에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 생각했다. 한데 읽는 동안 미국 내슈빌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당장 오늘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을 사이에 두고 빈부의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내슈빌에서 귀족학교라 일컬어지는 윈저로 편입된 저소득층의 라일라와 최상류 층인 핀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진실 공방은 소설이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라는데 놀랍고 소름 돋는다. 경제적 능력을 오랜 세월 계층으로 세습하는 이들의 결핍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꼬집음과 동시에 그런 이들에게 기생하는 세력을 기반으로 정의를 만들어가는 사회 문제를 고발한다. 한편 진실을 밝히는 정의 구현에 커크를 비롯한 가진 자들의 저급한 방법을 비난하며 자신은 양아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이나 정의롭다고 .. 2021. 4. 25.
[심리/소설] 하우스프라우 강렬함. 를 덮고 난 기분이다. 단어의 의미는 뭘까? 안나가 대체로 그리워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잘 사용할 수 있는 영어나 파국으로 치닫는 그 순간까지 소외를 느끼게 만들던 독일어, 아니 슈비처뒤치 역시 '가정주부'라는 뜻이다. 가정주부. 유부녀. 결국 안나의 소외와 우울을 극대화하기 위한 역설적 제목일지도. "삶은 상실이다. 잦은, 일상적인 상실. 상실 또한 일정한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오직 암기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다." p255 "인간은 똑똑히 알면서도 여전히 끔찍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인식에는 자동적으로 윤리가 따라오진 않죠." p259 책을 읽으며 줄곧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단어가 맴돈다. 하지만 떨어져 나오지 않고 답답함을 키운다. 결국 딱 집어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끝까지.. 2017.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