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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4

[소설] 명탐정으로 있어줘 일본 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1965년 생으로 환갑이 코앞인 나이에 미스터리 작가로 등단했다는 그의 이력이 눈에 띈다. 은퇴하고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겐 등불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명탐정과 할아버지의 상관관계는 뭘까? 명탐정이 궁금하다. 뭐랄까 상상 혹은 기대했던 하나의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며 풀어 나가는 형식은 아니다. 사건의 치밀한 전개와 숨막히는 해결이 펼쳐진다기보다 손녀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주고받기 위해 사건이 만들어지는, 살짝 흥미 위주의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할아버지의 치매성 환시가 양념처럼 곁들여져 긴장감이나 무겁다는 느낌이 덜하다. 자아내면 스토리고, 세상 모든 일도 스토리며, 지어낸 일이기에 아름 답.. 2023. 10. 12.
[소설] 당신이 알던 동화는 잊어! -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희한한 제목에 홀리고 넷플릭스에 끌렸다. 빨간 모자와 피노키오와 시체라니. 빨간 모자는 늑대를 만나야지 왜 피노키오를 만나야 했을까? 마구마구 궁금해졌다. 이런저런 동화 속 소재와 배경을 섞어 새롭게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 ‘발상의 천재’라 불린다는 아오야기 아이토 작가의 '빨간 모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란다. 서양 동화를 중심으로 본격 미스터리 트릭을 결합한 전작 의 후속작이라고 하고. 전작은 읽지 않았지만 충분히 개봉을 앞둔 넷플릭스가 기대된다. 빨간 모자는 우연히 피노키오의 팔을 줍고 살인 사건에 휘말려 목이 날아 갈뻔 했지만 기지를 발휘해 잘 해결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푹 빠졌다. 한편으로 여러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소환하는 즐거움도 있다. 마치 의 도로시의 모험 여정 같은 느낌이랄까.. 2023. 9. 4.
[소설] 모성 엄마, 나 이번 연휴에는 집에만 있을 거니까 나랑 뭐 할지 생각해 놔, 라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는 아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보통 모녀지간은 으르렁 댄다는 데 우리 집 모녀는 이리 친구처럼 지낼까. 질투인지 섭섭함인지 묘한 감정이 신경을 건드렸다. 넘치는 애교로 아빠들을 딸바보로 만든다는 데 나는 딸바보가 될 수 없었다. 딸은 어릴 때부터 내게 살갑지 않았다. 한 달 넘게 떨어져 있다가 만났을 때도 아빠 하며 달려드는 대신 엄마 뒤로 숨었다. 5살 때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살갑진 않다. 아빠인 내게도 타인처럼 적당한 거리가 유지하는 느낌. 어쩌면 내게 딸바보 부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럴지 모른다고 여기며 산다. 어쨌거나 부성이든 모성이든 이해하기 쉽지 않아서 이 책이 흥미로웠다. 심지어 모성.. 2023. 5. 29.
[소설/낭독리뷰] 검은 모자를 쓴 여자 제목만큼이나 시커먼 표지에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묘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역시나 소설은 활자에 생명력이 있는 듯 독자의 호흡을 잡아끌며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이유로든 민의 불안은 내게 전염된다. 숨죽이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가게 된다. 메모하는 걸 잊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찐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최소한 최근에는.​ 평온한 날들이라는 믿음과는 다르게 민의 정신세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갑작스러운 은수의 죽음 이후 기이한 일들은 민을 괴롭히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민과 남편, 민과 까망이를 둘러싼 이 미스터리한 관계에 집요하게 파고들더니 소설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짧게 등장하고 종교와 철학을 탐미한다. 심지어 난해하고 심오하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내가 거기.. 2021.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