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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우정 도둑 - 삶의 궤도를 넓혀준 글, 고독, 연결의 기록 우정에 도둑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읽는 순간 마음이라도 털릴까 싶어 더 궁금해졌을지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서로에게서 몰래 훔친다는, 그것이 우정이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지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40년 지기 친구들이 떠오르고 살짝 얼굴이 달아 올랐다. 어쩌면 우린 서로의 마음을 훔친 우정 도둑이었을지도. 작가는 그의 일상과 시간과 공간과 사람 사이를 저공 비행하듯 넘나들며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낮게 나는지 음소거 된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고 조용하다. 그리고 약간의 우울감이 느껴져 편안해진다. 담담한 문체 속에 눈에 박히는 구절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라든가 '아직도'가 아니라 '이제야' 찾은 삶일 텐데도, 그.. 2023. 6. 2.
[소설] 엄마의 엄마 2020년에 열일곱인 작가의 현실은 어떻길래 이런 현타 작렬하는 문장이 뽑아질까? 이런 불평등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가? 참 사이좋게 느껴져 버리면 어쩌나 싶다. "돈이란 천하를 도는 법이라는데 이상하게 그 돈이 갑부들 사이에서만 돌고 우리에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약간의 찌꺼기도. 그리고 그 찌꺼기조차 얻어먹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도, 빼앗아야 할 때는 가차 없는 것이 이 세상이다." p11 전작 을 읽으면서 하나미와 엄마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살짝 달 뜨기까지 했던 기억에 다시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누구라도 가난을 이렇게 긍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이라고 애써 판타지 영역으로 넘기고 싶지만 그래도 하나미의 매력은 그저 매직이라서 삶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된 하나.. 2021. 1. 20.
[문학/소설] 위시 "왜냐하면 그랬다가는 평생 날마다 누군가를 밀쳐야 할테니까." p247 는 자신을 가족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칠기 이를 데 없는 소녀와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밀치기 시작하면 평생을 밀쳐야 하니 아예 무신경해져 버린 위아래로 절뚝거리는 소년, 거기에 누군가에게 버려졌을지 모를 강아지 위시본. 이렇게 결핍을 서로의 존재로 채워나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그리고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잘못에 대한 행동 자체가 문제가 아닌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교훈도 담고 있기도 하다. 불우한 가정 환경이 가지는 가장 큰 결핍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받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주는 법도 잘 모르는 그런 결핍. 이런 결핍이 극에 달한 찰리는 온통 가시 돋친 것처럼 여기저기 문제를 일으키다 자신을 '천사'내지는.. 2017.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