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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글쓰기] 글을 쓰고 싶다면

by 두목의진심 201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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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이 읽기를 멈추게 했다. 어쩌면 인간이란 살아있는 한 생각이나 걱정, 고민 따위를 놓지 못하고 그 생각은 가슴이든 머리든 어디 한쪽에서는 반드시 요동치는 변화한다는 그런 변화로 생명을 지속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이 문장을 곱씹게 만든다. 

“모든 인간은 살아있는 한, 늘 변화하고 늘 움직이는 생각의 강이 마르지 않는다.” p201, 15. 당신이 모르는 당신 안의 것 

말 그대로, 제목 그대로 <글을 쓰고 싶다면>을 읽으며 줄곧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 같은 게 풍선껌처럼 부푼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흰 화면에 무심히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봐야 하는 내게는 많은 가르침이 있어야 된다는 기대가 있었다. 

한데 아주 오래된 이 책의 저자인 유랜드 여사는 글을 쓰기 위한 주제 잡기, 구성, 문체, 플롯 등의 작문법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무턱대고 쓰세요” “자신이 떠오른 생각을 잡아 흰 화면에 쏟아내세요”라고만 한다. 

도통 “시각장애인 문고리 잡기”도 유분수지 어딜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하는지 감도 못 잡는 나로서는 무턱대고 쓰기에 앞서 무턱대고 읽을 수밖에. 내리 두 번을 읽었다. 번역의 매끈함인지 유랜드 여사의 글이 그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려움 없이 말 그대로 술술 읽힌다. 재미도 있으며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그 누구라도 스스로 자기 연주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서는,그리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느끼지 않고서는, 또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단 하나의 음표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 23, 누구에게나 재능, 독창성,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렇게 읽다보면 그 어떤 글쓰기에 관한 책보다도 유랜드 여사의 가르침은 명쾌하다. 통찰이 느껴진달까. 무턱대고 쓰라지만 어떻게 쓰는 게 무턱대고 쓰는 건지 그게 왜 좋은 글이 되는지를 그녀의 수강생들의 글을 통해 확실히 증명한다. 

당장 글을 쉽게 쓸 수 있게 해주진 않지만 글에 대한 두려움을 아주 조금은 내려놓게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첫 장을 펼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도 지녔다. 이 책을 소장할 수 있다는 게 고맙기까지 하다. 

“좋은 착상은 느리게 온다는 것, 정신이 맑고 고요할수록 흥분하지 않을수록 착상은 더디지만 더욱 훌륭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53, 4. 상상력은 천천히, 조용히 온다 

"그래서는 안 된다. 등장인물은 당신의 상상 속에서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런 다음 그들이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서술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매혹적이고 사랑스럽다면 그것은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믿게 될 것이다." p171, 삼차원 

유랜드 여사는 내용 중에 12가지 글쓰기 조언을 해주고 있는데 그중 11번째 조언은 이제 뭐든 시작하려는 내게는 사자가 자신보다 큰 야크를 잡기 위해 노려보는 그 순간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최고다 이 책. 

“11. 글을 쓸 때 자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스스로를 억압하지 말라.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감상적인 우울로 빠져드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부디 당신이 할 수 이는 한, 또한 느낄 수 있는 한 최대로 감상적이 되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당신은 마침내 그 감정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바깥세상으로 뚫고 나갈 수 있으며, 그 감상적인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 p242, 18. 얼굴이 빛나지 않는 자는 별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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