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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장수상회 :: Salut D’Amour] 말 할 수 없는 묵직함

by 두목의진심 2015.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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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이런 영화는 너~무 조으다."라는 생각에 흠뻑 취하게 만드는 영화 <장수상회>를 보았다. 먼저 제작된 영화나 TV 드라마의 노년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토리의 대부분은 "알츠하이머" 즉 "치매"를 다룬다. 외국 영화와는 다르게 우리네 영화는 아직 유교적인 이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노년의 러브라인은 그저 동년배의 노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뻔한 이야기나 신파가 대부분이다.

<장수상회> 역시 그런 이야기 구조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지만 노녀의 로멘스를 다루는가 싶더니 갑자기 정신이 확 나게 뒤통수 한대를 후려 갈기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처음 무뚝뚝하고 매사에 못되게 구는 성칠(박근형)은 얼마전에 읽은 <오베라는 남자>가 떠오를 정도로 동네의 트러블 메이커다. 동네 주민 모두가 재개발에 목숨거는데 유일하게 반대를 하며 알박이를 하고 있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성칠의 건너 집으로 이사를 온 금님(윤여정)은 노년의 소녀같은 감성을 가지고 성칠의 얼음장 같이 얼어붙은 차가움을 서서히 녹인다. 그렇게 그들의 로멘스가 시작되고 갑자기 연락이 끊긴 금님을 향해 "너무 걱정된다"는 성칠의 마음 한켠에 따뜻함을 심으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치매와 췌장암 말기의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넘어 가족의 사랑을 다루는 이 영화는 정말이지 너무 조으다. 비실비실 웃다가 눈물 콧물 빼다가 결국 가슴이 먹먹해지며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게 만드는 영화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 이야기에 기억을 잃은 아버지가 처자식에 "짐"이되기 싫어 스스로의 마음의 빗장으로 걸어 잠그고 가슴에 묵직한 돌덩이들을 그저 묵묵히 지고 살아가는 성칠을 통해 진정한 아버지란, 부모란 얼마나 소중하고 무거운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성칠이 모든 기억을 잃기전에 아내에게 그런다. "누가 먼저 죽든 남은 사람은 울지 맙시다. 어차피 잠시 떨어져 있는 것 뿐이니까." 그렇다 부부란, 사랑하는 사람이란 어차피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다시 만나도 애틋해지는 존재여야 한다. 또 쭉 아파 온 엄마를 잃어버리는 아빠가 미워진, 모두를 잃어도 엄마는 기억해야 하는 거라며 아빠에게 가시 돋은 민정(한지민)에게 성칠은 눈물로 읍소한다. "미안하다. 민정아, 죽을 힘을 다해 널 기억해 내려 하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정말 미안하다"

이 시대 아버지들은 슈퍼맨처럼 위대하지만 빨간 망토 휘날리며 하늘을 날 수 없는건 아마도 가슴​ 한 켠에 자식이라는 무거운 돌덩이들을 얹고 있어서 일게다. 나도 더 시간이 흘러 점점 기억을 잃게되도 아내는 더눅 또렷해 졌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장수상회 (2015)

Salut D’Amour 
7.9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김정태
정보
가족 | 한국 | 112 분 | 2015-04-09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장수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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