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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철학] 만만한 철학 -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12가지 이야기

by 두목의진심 2018.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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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을 통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12가지의 키워드"라는 표지 글이 눈길을 잡은 <만만한 철학>은 이 키워드를 통해 인간사에 대한 사유의 맛을 알게 해주는 책이지 싶다. 성경, 신화, 동화를 총망라한 이야기가 놀랍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이 책을 존재하게 해준 "펠리시타스 파일하우어'가 뉘신지. 나만 무식한 건지… 그의 존재가 상당히 궁금하다.


철학이 인간이 신을 향해 던지는 질문일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 원초적으로 신에게 부여받은 호기심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창세기의 한 구절, 무병무사한 신의 피조물이었다가 유한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 되는 순간은 다름 아닌 '부끄러움'을 구별하는 것이었다. 그 부끄러움을 감내하고 벗고 다녔다면 어땠을까. 어쨌거나 그와 동시에 죽음과 원죄를 선물로 받았다는 작가의 해석은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후 철학자들을 통해 끊임없이 인간 본연에 대한 것들을 질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게 철학이 아닐까.

천사인 루시퍼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나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넘어 인간보다 더 우월한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도전은 그저 호기심으로 치부하기에는 꽤나 위험한 무모한 행위일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바벨탑이 그러지 않았던가. 그래서 호기심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정의는 무섭다.


"무언가를 깨달은 자에게는 그 깨달음의 대가를 빠짐없이 받아내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p25


<노동>에서 다이달로스의 천재적 발명은 가히 놀랍기만 하지만 인간이 가져야 할 윤리적 가치관의 부재는 결국 그의 발명이 부정적 결과를 낳는 재앙뿐임을 확인해준다. 또한 이카루스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오만을 경고한다. 결국 현대의 노동의 관점은 '문제를 해결할 기계를 만드는 것'이며 여기에는 다이달로스의 비윤리적 가치관이나 이카루스의 인간의 자만이나 맹신이 깃들면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리고 "어떤가?"라며 여지없이 독자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때로는 숨겨져야만 하는 무서운 것들도 있으므로 비밀은 비밀로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투명함은 무서운 것을 밖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드러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p109


독일 남부 지역의 동화인 <슬픈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 봤는가? 털이 곤두설 정도로 섬뜩한 이야기를 연민을 가진 선한 자와 연민을 앞세운 악한 자의 폭력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정의는 놀랍기만 하다. 또한 루마니아의 동화 <달>은 가슴에 사표를 찔러 놓고 출퇴근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해 버린다. 결국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은 드러나는 순간 폭행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자멸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하지만 달은 그저 "견디라"라고 단순 명료하게 끝내는 것이 더 허무할 정도다.

꽤나 폭력적인 아폴론과 마르시아스의 신화에서 '아름다움'을 지크프리트와 미메의 신화에서 현대 교육의 문제점을 뽑아내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가 '장인 정신'을 이야기하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경계를 소수에게만 개방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그리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종점을 소수를 위해 폐지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p199


내가 성경이나 신화에 해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성경이나 신화는 보도 듣도 못해 본 전혀 생소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는 꽤 그로테스크하다. 솔직히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소한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짧아 아쉬울 정도다.

게다가 그런 이야기를 생각할 거리를 철학적으로 뽑아내는 작가의 능력은 철학자라기보다 이야기꾼이 더 어울린다. 인생에서 반드시 마주하는 키워드가 12개뿐이라는게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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