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배워야 살아남는 시대라서 어른 되는 것도 공부를 해야 되는 건가, 했다가 가만 생각하니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아닐 테니 참 괜찮은 제목이지 싶다.
나 역시 오십 줄이 넘어선지 좀 되고 보니 어른은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면서 조금씩 덧대며 만들어 가야 함을 이제야 아주 조금은 알아챘다. 나도 어른이 되려면 아직 먼 것을.
그가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 바쁜 이들에게 고르고 고른 그의 위로이자 격려이며 조언은 읽기 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어. 죽을 나이가 다 된 어른인데도 홍천터미널에서 헤매고 있는 이등병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7쪽,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
울컥, 목울대에 묵직한 것이 걸리더니 순식간에 글자들이 뿌옇게 흐려졌다. 시퍼런 스무 살에 목이 부러져 사경을 헤맬 때 입영통지서를 받았으니 가보지도 못한 군대 설움은 아닐 터.
그렇다면 그 홍천터미널에서 헤매던 이등병 같던 어른이 나여서 그럴 것이다. 죽을 나이가 정해진 건 아니겠지만 반백이 넘어선지 몇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나는 뭐하나 잘하는 게 없고 서툴기만 해서 헤매는 일에 몸과 마음 부침이 많아서 괜히 서러웠을까.
그가 하는 '말'에 대한 이야기에 또 한 번 나를 돌아다 보게 된다. 보통 날카롭고 짜증 섞인 말투로 6살 터울 동생을 대하는 딸에게 내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인데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내가 반성하게 되는 일이다. 그런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았다.
인생살이에 대해, 자녀 양육을 어찌하며 사는 게 현명한지 따뜻하고 지혜로운 조언이 가득하다. 지혜는 나이 먹는 데 꼭 필요한 필수품이라는데 나는 그걸 갖고 있지 못해서 여전히 나잇값을 못하고 있나, 싶어 마음이 좀 많이 가라 앉았다.
이 책은 두 번의 대장암 수술과 항암치료 끝에 생을 마감하는 순간의 기록이자, 30년이란 삶의 많은 시간을 사형수와 상담을 통해서 얻었던 삶의 깨달음을 이 시대를 살아가며 비틀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삶의 가치와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자 따뜻한 위로 그리고 조언이다.
진짜 어른이 돼보고 싶다면 이 책이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을 정리한 유서는 그대로 닮고 싶은 모습이 되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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