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인 필명과 남장을 한 채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며 수많은 예술가와 경계 없이 교류, 했다는 작가 소개가 흥미롭다. 나는 경계 없이 자유분방이란 단어에 방점이 찍혔다. 남녀의 차별이 남달랐을 시대에 꽤나 대찬 여성 아닌가. 게다가 그 자유분방한 와중에 불타오른 실제 이야기인 자전적 소설이라니 얼마나 흥미롭던지.
복잡한 심리 상태인 두 사람의 밀당을 계속 보고 있자니 은근 피로감이 쌓인다. 로랑의 찌질함인 것도 같고. 여하튼 두 사람의 감정을 오가는 편지와 대화와 일탈은 박카스가 박스로 그것도 트럭째 필요할 만큼 지치게 한다. 혹 번역의 문제이려나?
"저는 파머보다 당신과 반음정 정도 더 가까이 있게 되었답니다." 75쪽, 제2장
아, 얼마나 로맨틱한 언어인가. 이 말 한마디에 로랑의 가슴이 나댔을 것을 상상하면서 조금 아득해지기도 한다. 한 번에 휩쓸리듯 빠져버리는 열병 같은 사랑이 아닌 조금씩 서로에게 곁을 내주는 사랑은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아찔하기도 한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로랑의 변덕은 참아주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지난한 고난을 뚫고 연인이 되었지만 끊임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실 로랑의 상처는 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것이고 테레즈만 주야장천 받은 것이지만 어쨌든 집착을 사랑이라 착각한 죄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저의 정신적인 자유는 신성한 것이고, 그래서 제 허락 없이 누구도 제게서 그것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자유를 당신에게 맡긴 것이지, 드린 게 아닙니다. 이 자유를 잘 사용해서 저를 행복하게 할 방법을 찾아내어야 했던 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160쪽, 6장
영혼이 맑고 순수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로랑의 사랑은 테레즈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집착과 욕망일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감정이 아닌 아이처럼 돌봄을 받고 때론 자유로운 탕아가 되어도 구속받지 않는 감정을 이해받길 바라는 일방적인 로랑의 열병을 보고 있노라니 짜증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사랑에 지쳐간 연인의 애증은 쉽게 이해되지 않고 피로했다. 결국, 이 지난한 사랑의 끝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문득, 바비킴의 노래 '사랑, 그 놈'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로랑, 그 놈 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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