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규1 [소설/낭독리뷰]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곰치가 살아 온 세상은 늘 이랬다. 아픔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러는 동안 심장은 밤 껍질처럼 단단해졌다. 발목에 숨겨 놓은 잭나이프로도 그것은 베어지지 않았다." 20쪽 이상하리만치 곰치의 세상이 작가의 세상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지리멸렬한 삶은 아닐지 몰라도 뭔가 생기는 죽은, 어쩔 수 없는 삶 같은 곧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건조함이랄까. 어쩜 내 삶이 그럴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내겐 쉽지 않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한데 아이러니 한건 음습하진 않지만 어두운 공기를 잔뜩 묻힌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단편이라 호흡도 짧게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소설 전체에 밑간처럼 베여있는 '문학'이라는 양념이 작가의 또 다른 삶의 공기였.. 2021.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