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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2

[에세이] 학대 그리고 우울로 점철된 - 모든 계절의 흔적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 봐주면 어떻겠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험담이라 했다. 가정폭력은 경험하지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영역이었다. 이런 내게 알리고 싶어 했던 그의 이야기는 뭘까 싶었다. 흥미보다는 궁금했달까. 가해자에게 집중되는 세상에서 피해자가 오롯이 고통을 버텨내야 결국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을 담담히 적어 낸다. 마치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 무심히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되려 더 상처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어설픈 오지랖이 발동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 생존자로 분류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묵직하게 내리 눌렀다. 일상적으로 벌어진 폭력과 학대를 다소 격양된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담담히 짧게 적어 내려가는 작가의 글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도대체'였다. 도대체.. 2024. 2. 16.
[에세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생일에 왜 태어났냐, 라고 직설적으로 묻는 친구들 노랫가락에 잠깐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럼에도 뭘 하고 싶지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그나마 반항을 오지게 하던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그래도 죄송하진 않았다. 죄송하다니… 너무 처연하지 않은가. 내 유년 시절과 닮은 듯 닮지 않은 그의 이야기에 맥이 좀 빠졌다. 가부장적이고 음주 가무에 뛰어났던 아버지는 맨정신으로 귀가하는 걸 본 적이 없었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장남이라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매질을 당하기도 했다. 공부를 안 한다는 벌로 TV며 라디오 선은 잘려 나가기 일쑤였다. 내 유년 시절은 분노가 가득했다. 방문이고 장롱이고 벽이고 주먹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다. 그래도 죽음을 떠올리진 않았던 터라 그의 깊은.. 2022.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