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희1 [소설] 허들 형광으로 빛나는 혈관 속을 유영하는 가오리가 눈에 선하다, 라는 말을 옮기려니 정신이 살짝 흐트러진다. 말 피와 플루오레세인을 수혈 받지 못함이 주는 결핍은 그를 예술에서 동질이 아닌 이질로 내몰았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색이 선명한 소설이 된다. 그리고 '어차피'라는 말이 이렇게 처연해도 될까, 싶었다. 어느 매장의 매니저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 매니저가 낮게 읊조렸던 소리는 책 속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 다들 돈 있는 만큼만 살아 있는 거 아니냐, 라는 그의 술 취한 음색은 귀에 대고 소리치는 아우성만큼이나 속을 헤집는다. 누구나 '어차피' 사는 건 그런 거겠지만 더럽게 아프다. 뭔가 되게 끈적한 죽음 앞에 놓인 유서를 읽은 듯한 은 뭔가를 분명 뛰어 넘어야 할 명분이 있는 거 같은데 어디에 놓인.. 2023. 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