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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드2

[에세이] 장손 며느리, 딸 하나만 낳았습니다 와, 용기가 쩐다 싶을 정도로 당찬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장손'을 운운하는 집안 며느리라면 보통의 며느리보다 몇 곱절은 고되고 순종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한 집안의 대를 이을 장손을 딸 하나로 퉁치다니 그 기개가 남다르지 않은가. 난 장손도 아닌데 우리 엄마도 그랬다. "난 애 못 봐준다"라고. 너희 삼 형제 키우느라 생고생했으니 너희들 애는 너희들이 건사해라는 엄마 말이 그다지 서운하지 않았다. 아내 역시 놀라거나 화 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네,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어쩌면 "후회 하실걸요?"라는 심정도 없지 않았을지도. 임신하자 아내는 시원하게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 출산하자 엄마는 진짜 내 애를 봐주시지 않았다. 아내가 기꺼이 독박 육아를 했고 바깥 일보다는 집안일이 더 좋다고 했다.. 2023. 7. 30.
[결혼/에세이]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 - 유쾌, 상쾌, 통쾌하게 전하는 결혼생활 에피소드 이란 제목인데 '남자 친구가 아닌 남의 편으로 산다는 것'이라 읽혔다. 추천의 글에서도 언급하지만 작가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하다. 그러면서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내 아내를 책 속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다. 쿨내 진동하는 작가의 글이 20년이 된 내 결혼 생활을 들춰 보게 만들었다. 묘한 감정의 파동이 생겨 버렸다. "그래도 아깝지 않다. 헤어진 남자가 아닌 이상, 연인의 옷값은 아깝지 않다." p23 오늘도 역시나 퇴근하고 지친 몸을 끌고 들어오는데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득이 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득템" 했다고 외친다. 마치 무공훈장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그리고 오천 원짜리 원피스를 들어 올린다. 이럴 땐 뭐라고 반응을 해줘야 하는지 매번 늘 난감하다. 아내는 작가와 비슷한 사람이다. 자신의 옷.. 2018.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