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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우스5

[인문] 북극을 꿈꾸다 | 툰드라 생태 복원 메시지 이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표지에 반했다. 그리고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라는 소개에 한 번 더 반했다. 반백년을 넘는 세월 동안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다른 존재를 착취하는 데 몰두하는 자본주의를 경고하는 그의 메시지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서문에서 저자가 펼쳐놓는 북극과 그 척박한 땅에 존재하는 것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차디찬 땅의 것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온통 따뜻함 그 이외의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반면, 이 척박한 땅에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을 동시에 지켜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석유 좀 뽑아내겠다고 알래스카의 얼음 밑을 관통하는 거대한 관을 박자고 일대를 초토화 시키는 일은 누구를 위함인가. 이 신비한 땅을 향한 우.. 2024. 3. 5.
[에세이] 양극성 장애의 감각들,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떡볶이와 죽음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던 백세희 작가의 이야기나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온다고 힘주어 보여주던 드라마처럼 양극단을 오가는 조울증이 보여주는 세계는 내게는 이해와 공감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멘탈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닌데 잘 무심해지기 때문일지도. 를 읽으면서도 원래 사는 게 만만치 않고 보통의 삶도 버티는 게 죽을 만큼 힘든 거 아니냐고, 다들 그만 그만한 관계의 상처를 내고 입으면서 온몸이 너덜너덜 한 채로 버티는데 뭘 그리 유난일까 싶기도 했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공감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1형과 2형의 차이가 뭔지, 우울과 우울 삽화의 차이를 모르지만 2형 조울을 10년 넘게 앓고 있고, 먹고 살기위해 의사라는 신상을 가린다는 귀여운 고백을 앞세운.. 2023. 12. 26.
[인문] 정상성에 대한 질문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저자 소개를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자기 도취가 면역 수준으로 가득 찬 의사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의식이 깨어있는 의사라면 삶이 어떤 형태로든 전후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밥그릇 싸움에 환자를 막 대하는 질 낮은 의사들에겐 경종을 울려주고. 고교 시절부터 에서 인턴 기자로 필력을 키워온 저자가 어느 날 뜬금없이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되고 벗어나기까지의 경험을 통해 의사들이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어떻게 구분하는가에 대해 들었던 의문은 자연스럽게 로젠한의 실험에 닿았다. 그리고 정신질환의 '정상성'에 대한 의문은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일련의 오진 사건들을 파헤친 로젠한 실험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서 손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2023. 11. 27.
[사진집] 한대수 필름 사진집, 삶이라는 고통 검열의 시대를 관통해 온 사람이라면 '물 좀 주소!'라는 노래, 아니 절규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 갈급한 시대를 담은 사진이라니… 그것도 그렇게 검열되던 한대수라는 인물 담아낸 세상이라니 궁금했다. 많이.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2쪽 종신형이라니, 그에겐 삶이 통째로 고통이었으려나. 하기야 이 시대 저 시대 가리지 않고 살아 남아야 하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누군들 자유로울까. 내가 태어나기 10년 전이, 그에게는 전성기였다니…. 그와 나 사이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이 순간 열린 느낌이 들었다. '물 좀 주소!', '행복의 나라로' 같은 그의 노래를 부르고 자랐던 나는 그를 동시대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의 시선을 따라 가다가 1969년 뉴욕의 어느 거리, .. 2023. 10. 29.
[철학/낭독리뷰]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틈새로 노려보는 듯한, 이 시대의 손꼽히는 철학자 지젝의 눈빛이 강렬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던 책이다. 팬데믹 2년 차, 사람들의 입에서 "감기 같은 거야"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정말 그런가? 방역 선진국이라는 한국의 어제(2021.7.13 기준) 확진자는 1,615명이었다. 전 세계는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밤거리를 배회하고, 심지어 조금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역을 넘나들며 술 파티를 벌인다. 이들은 공공의 적인가? 지젝은 서문을 통해 팬데믹의 실체를 독일 헤비메탈 그룹 람슈타인의 노래로 이야기한다. 인간에게 삶은 살아가려는 적극적인 의미이자 선택이고 그래서 살려는 의지를 잃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데 이런 살려는 적극적인 선택적 의지가 할 수 없는 것들로 그냥 살아가야.. 2021.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