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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by 두목의진심 2017.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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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p122

 

법정 스님, 그가 떠난 지 7년. 종교가 다름으로 잊고 지냈던 스님의 발자취를 그를 곁에서 지냈던 현장 스님이 법정 스님의 타종교와의 화합, 그의 편지, 시를 한데 묶어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특히 명동성당의 강연과 이해인 수녀와의 편지가 마음을 울린다.

 

평소 스님의 가르침은 비움이셨나 보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를 넘기고 보니 채움보다 비움이 한 백만스물 한 배쯤은 어렵다는 걸 배운다. 빠르게 사는데 익숙해 느리게 사는 것도 역시 어렵다. 이런 어려운 일을 어쩜 그렇게 평생을 하셨는지. 새삼 구도자의 삶을 배운다.

 

맑은 가난, 청빈(淸貧).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지는 말라." p26

 

어린 시절, 가난은 죄가 아니라 불편함이라고 듣고 배우며 자랐다. 그 시대는 대부분이 가난했으니까. 운동화 앞 코가 헤져서 물이 새도, 무릎이나 팔꿈치에 난 구멍쯤은 덧대서 꿰매 입어도 크게 부끄럽거나 그러지 않았다. 또 학교에서 한 주먹씩의 구충제를 먹기도 했으며 구슬치기며 자치기며 땅바닥에서 뒹굴며 하루를 보내도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최소한 불행하지는 않았다"라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은 훨씬 잘 살고 그렇게 구멍 난 운동화에 꿰매 입지 않아도 넉넉한 옷들이 있고 더 이상 구충제를 먹지 않고 땅바닥에서 놀지 않아도 되는 시절인데 우리는 늘 뭔가가 부족한 결핍의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과연 불행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욕심, 버리다.

"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p28

 

사는 거 자체가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홀로 시작해 가족을 만들고 그 가족의 삶을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면 집도 가진 것도 크고 많아야 어깨에 힘주고 사는 세상이다 보니 우리네 삶 자체가 채움이 시작이요 끝이 아닐까 싶다. 한데 스님은 그런 채움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 가르치신다.

 

쉽지 않은 일이다. 소위 말하는 속세에 살며 번민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삶은 경쟁하고 쟁취하는 삶에 길들여져 나누는 것은 뺏기는 것이라 여길 것이다. 어떤 이는 욕심이 있어야 발전이 있고 삶이 윤택하다고 했다. 삶의 방식이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틀리다 할 수 없겠지만 스님의 욕심을 버리는, 처음부터 갖지 않는 맑은 가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는 공감하게 된다.

 

소음이 되지 않는 소통이 필요한 시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는 소음과 다름없다." p67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웃끼리, 회사 동료끼리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가. 그 관계의 어려움 속에 피로도를 느끼고 멀리하고 험담하고 따돌리고 그러면서 너는 틀리고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인간임에 타 종교인과도 스스럼없이 소통을 하시는 스님의 발자취를 보며 깨닫는 바가 크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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