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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 내면아이 치유 안내서, 부모가 곁에 있어 더 불행하다면

by 두목의진심 2023.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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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곁에 있어 더 불행하다면>이라니. 좀 무서운 제목이었다. 내가 부모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곁에 계시기도 해서 그랬다. 그러다 나는 상처를 받는 존재인지 아니면 주는 쪽인지(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지만) 생각한다. 뭔지 모를 설움이 순간 확 치밀어 올랐다.

 

뉴욕주립대학을 졸업하고 라이프 코칭과 부모자녀 관계 심리학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산린 사토시는 어릴 적 강압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내면아이를 '디마티니 메소드'라는 행동심리학을 적용해 치유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부모 탈출 워크'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모와의 관계를 힘들어 하는 이들을 치유하고 있다고 한다.

 

'뽑기'라니. 나는 우리 애들에게 '당첨'일까 아니면 '꽝'일까.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자식도 선택할 수 없다는 건 매한가진데 왜 부모가 더 위축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데도 '독' 부모만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게 더 씁쓸하다.

 

시작부터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그래서 아이들의 우주가 흔들린다는 말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악의 없이, 사실 때때로 그러기도 하지만 아무튼 대체로는 악의 없이 툭툭 던지는 무심한 말에 아이들이 그리 심한 상처를 입는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내면 아이와 관련된 책은 좀 읽었다. 자기 치유나 마음 챙김에 관한 책들. 성장기에 부모로부터 받게 되는 영향은 거대하고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어마 무시하게 중요하다는 설명들은 솔직히 읽을 때만 잠깐 나는 어떤 아빠인가를 고민하면서 스스로 잘못하는 아빠의 위치에 나를 세웠다. 그래서 불편하고 행동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찾아 내기 바쁘고 얼마간의 공감 후에는 잊혔다.

 

저자는 그런 부모와의 관계에서 힘들 게 느껴지는 조건을 제시한다. 대부분 나와 관계없는데, 그렇다면 나는 부모와 잘 지낸 것일까. 아빠와의 갈등이 이렇게 골이 깊은데? 또 내 아이들은 어떨지 궁금하면서 한편 염려된다.

 

30쪽,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을 때

 

부모장벽이라는 말 자체가 장벽이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궁금하긴 해서 해보긴 해봤는데 8개로 약함이라니, 안심이 되는 건 무슨 감정인지. 이 항목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긴 할까?

 

47쪽, 부모장벽 체크리스트 / 68쪽, 아빠와 사이가 나쁠 때 일어나는 일

 

저자는 '부모장벽' 체크리스트를 비롯해 제시한 여러 질문에 대한 해설과 해결 방안을 조언하면서 부모와의 갈등에서 헤매고 있는 독자들의 마음에 웅크린 내면 아이를 다독여 준다.

 

3장은, 이렇게 도발적인 문장에 내가 한 짓을 들킨 것처럼 숨이 컥 막혔다. 어떤 이유로든 부모를,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만 미워해도 괜찮은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분명 들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아버지를 여전히 미워하고 있다.

 

요새 아이들이 자주 한다는 '부모 뽑기'라는 말은, 거기에 내 부모는 '꽝'이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거에 심장을 발바닥까지 떨어지게 만든다. 이런 사실에 저자는 부모 역시 같은 마음이고, 부모는 인생의 전문가가 아니고, 매일 고민하고 상처받고 방황하는 인간일 뿐이라고 대변한다. 살짝 위로받았다. 내 마음대로 태어나게 했을 수는 있지만 '널' 원한 건 아니었다는 얼마간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면 너무 지질한가?

 

저자가 소개하는 '부모 탈출 워크' 프로그램은 부모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측면에만 고립되는 일에서 벗어나게 돕는다. 애증의 관계를 더듬어 생생하게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오랜 갈등의 오해와 착각이 걷어지고 객관적으로 관계를 재정립 하게 돕는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하겠다.

 

120쪽, 상처에 붙들리면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  130쪽, 부모 탈출 8단계

 

이 책으로 말끔하게 치유를 받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신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부모와의 풀리지 않은 숙제를 안고 살아내느라 죽을 만큼 힘들어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다. 만약, 내 삶이 뭘 해도 안 되고 무기력한데다 좌절이 익숙하다면 내 잘못이 아니라 부모와의 풀리지 않은 감정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내면 아이를 빨리 성숙시켜야 숨 쉬고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음을 공감하게 돕는다.

 

내면아이 치유 안내서 같은 느낌이다. 나의 내면 아이는 몇살 쯤 됐을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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