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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두 남자의 성장통이 아름다운

by 두목의진심 2022.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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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출처: 다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출처: 다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왜 이상한 나라일까. 영화는 꽤 많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을 대상으로 입구만 넓혀준 제도의 혜택은 과연 진정 배려인가를 묻기도 하고, 공정을 외치는 현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을 넘는 1%의 아이들에겐 반칙이 아닌 것인지를 묻기도 한다.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부터 사배자를 '친구'로 여기기엔 너무 어색한 세상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아는 아이들은 차별이 당연할지 모른다.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문제를 들어내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다. 배경처럼 보일 듯 말 듯 , 들릴 듯 말 듯 지우의 성장통과 학성의 성장통에 겹쳐 보이게 하는데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또 보람(조윤서)의 지우에 대한 관심과 접근이 신파적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닥친 반칙의 순간을 어떻게든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꼭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 다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입시율에 목매는 담임의 전학에 대한 은근한 압력이나 반 아이들의 따돌림조차 없는 무시는 지우에겐 단순히 홀어머니의 실망을 보고 싶지 않은 게 전부가 아니라 외롭고 버티기 힘든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학성은 탈북 후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 죽은 아들과 자신의 수학적 능력이 북에서는 전쟁 무기에, 남에서는 성적 향상에만 이용되는 현실이 그를 무력하게 한다.

 

이렇게 이들에게는 학교는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하지만 수학을 매개로 조금씩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성장통을 치유한다. 그들이 찾아낸 과학관 B103호는 둘만의 유토피아가 아니었을까.

 

결과만 강요하는 이 시대에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출제자의 의도를 읽어야 하며 틀린 문제라 해도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선생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일깨워 주는 경비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보람(조윤서)과 학성이 파이(π) 송을 연주하는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았다. 이놈의 갱년기!

 

출처: 다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두 남자의 의미 있는 우정은 보는 내내 진한 감동과 울림이 있다. 두 남자의 성장통이 오일러 이론보다 더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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