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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3

[에세이] 학대 그리고 우울로 점철된 - 모든 계절의 흔적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 봐주면 어떻겠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험담이라 했다. 가정폭력은 경험하지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영역이었다. 이런 내게 알리고 싶어 했던 그의 이야기는 뭘까 싶었다. 흥미보다는 궁금했달까. 가해자에게 집중되는 세상에서 피해자가 오롯이 고통을 버텨내야 결국 생존할 수 있는 현실을 담담히 적어 낸다. 마치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 무심히 허공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되려 더 상처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어설픈 오지랖이 발동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 생존자로 분류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을 묵직하게 내리 눌렀다. 일상적으로 벌어진 폭력과 학대를 다소 격양된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담담히 짧게 적어 내려가는 작가의 글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도대체'였다. 도대체.. 2024. 2. 16.
[심리/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의 저력이 뭘까 궁금해서 덜컥 구입해 단숨에 읽어 버렸다. "아무 사심도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들여 다가가고 싶다."라고 시작하는 그녀의 일상에 대한 기록을 흑심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공들여 읽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에 더구나 공적이든 사적이든 관계를 쌓는 일에 사심이 없을 수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인생은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유무형으로 배워왔는데 '사심 없이' 그것도 '공을 들인'다니. 참 따뜻하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전력으로 공을 들인다는 말이 너무 좋다. 이런 여자에게 흑심 없이 시작할 수 있을까 싶다. 천잰가? 상담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하지? 녹음? 내용보다도 이 생각이 줄곧 따라다녔다.(뒤에 일상을 거의 녹음하고 있다는.. 2018. 12. 10.
[심리/소설] 하우스프라우 강렬함. 를 덮고 난 기분이다. 단어의 의미는 뭘까? 안나가 대체로 그리워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잘 사용할 수 있는 영어나 파국으로 치닫는 그 순간까지 소외를 느끼게 만들던 독일어, 아니 슈비처뒤치 역시 '가정주부'라는 뜻이다. 가정주부. 유부녀. 결국 안나의 소외와 우울을 극대화하기 위한 역설적 제목일지도. "삶은 상실이다. 잦은, 일상적인 상실. 상실 또한 일정한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오직 암기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다." p255 "인간은 똑똑히 알면서도 여전히 끔찍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인식에는 자동적으로 윤리가 따라오진 않죠." p259 책을 읽으며 줄곧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단어가 맴돈다. 하지만 떨어져 나오지 않고 답답함을 키운다. 결국 딱 집어 표현할 수 없는 기분에 끝까지.. 2017.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