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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북스3

[에세이] 심한 공감에 너덜너덜 해질: 잘 살고 있어요, 농담이에요 '잘 살고 있다'라는 게 농담이라는 말이 뭉근히 가슴을 눌렀다. 쉰이 넘어 절반을 지나는데도 여전히 잘 사는 게 뭔지 잘 몰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디자인과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인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공감 글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는 작가가 거리감이 느껴지다가 된장찌개와 숭늉을 좋아한다는 그의 입맛에 부쩍 가깝게 느껴지는 이상한 공감도 받는다. 라면처럼 익숙한 입맛으로 아무 감각 없이 후루룩 흡입하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운 문장들이 넘쳐난다. 곱씹고 필사하면서 마음에 꾹꾹 담아야 하는 문장들이 방지턱 마냥 읽는 속도를 줄이고 있다. 읽다 보면 풍요롭지 않은 내 삶을 단박에 꿰뚫는 듯한 그의 통찰에 흠칫 놀란다. 나는 원치 않은 일을 매초 단위로 해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 앞에서 웃어야 .. 2024. 1. 20.
[인문] 쇼펜하우어 논쟁의 기술, 항상 옳을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 토론과 논쟁은 분명 다르다. 물론 대화 역시 그러하고. 자기주장을 전달하는 정도의 토론을 좋아하는 데 종종 마음과는 달리 토론이 죽자 사자 싸우자고 덤비는 논쟁이 되기도 하는지라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작지 않았다. 그런 논쟁에서는 감정이 쉬 상하고 숨이 목젖까지 차올라 말까지 버벅대다 결국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고개를 떨구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렇다고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논쟁을 하는 것도 그다지 옳은 것 같지는 않지만 싸우자고 덤비는 인간들이 천지삐까리인 세상에서 비법을 알아 두면 요긴할 것 같다. 쇼펜하우어 논쟁법이 핫하지 않은가. 이 책, 논쟁적 토론법(Eristische Dialektik)은 헤겔의 사상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칸트의 철학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쇼펜하우어의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2024. 1. 17.
[소설] 명탐정으로 있어줘 일본 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1965년 생으로 환갑이 코앞인 나이에 미스터리 작가로 등단했다는 그의 이력이 눈에 띈다. 은퇴하고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사람에겐 등불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명탐정과 할아버지의 상관관계는 뭘까? 명탐정이 궁금하다. 뭐랄까 상상 혹은 기대했던 하나의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추리하며 풀어 나가는 형식은 아니다. 사건의 치밀한 전개와 숨막히는 해결이 펼쳐진다기보다 손녀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주고받기 위해 사건이 만들어지는, 살짝 흥미 위주의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할아버지의 치매성 환시가 양념처럼 곁들여져 긴장감이나 무겁다는 느낌이 덜하다. 자아내면 스토리고, 세상 모든 일도 스토리며, 지어낸 일이기에 아름 답.. 2023. 10. 12.